1. 확실히 8부작으로 초반부터 밀도있게 달렸던 한성별곡을 너무 복습했는지, 24부작의 완만한 추노의 전개에 가끔 맥이 빠질때가 있다. 24부임을 감안하고 봐도 밑밥 뿌리는게 가끔은 지루...해지려고 할때쯤 한번씩 빵빵 터트리는 연출에는 정말 엄지손가락 치켜들수밖에 없구나... -_-b
장혁, 오지호, 이종혁의 3인 대결씬은, 뭐.. '합 맞추려 노력했어요오오~' 하는 부분이 몇군데 보이긴 했지만, 정말 멋졌다..
특히, 미풍에 종이가 살랑 날리는 평화로운 풍경에 포커스를 맞추어, 치열하게 싸우는, 혹은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는 세 사람의 모습을 아주 잘 잡아냈다고 생각한다.
2. 추노가 인기가 좋다보니 여러 기사가 쏟아지고 있어서 기분은 무척 흥한데...
제발 부탁이니, 기자놈들아... 좀 생산적인 기사를 쏟아내봐라...
추노 감상을 보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니, 요즘 언년이가 상당히 논란이 되고 있던데... 사람들 말을 고대로 받아서 '연기자를 까는' 내용까지 나왔더라... 훗...
이게 처음 시작할때부터 '언년이=노비' 로 박아놓고 시작을 해서 그렇지, 현재 이다해의 분장이 까일정도는 아니라고 보는데?
그렇게 분장을 따지고 싶으면 똑같이 풍찬노숙중인 애사당 설화는 왜 안까는건데?
극 중 혜원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양반' 인걸로 알고있지.. 우리야 첫판부터 밑밥 깔아줘서 다 알고 있을뿐.. 그네들 입장(특히 태하)에선 혜원의 그러한 행동은 모두 사리에 맞는 행동들지 않는가?
게다가 캐릭터 자체로도 '대길의 첫사랑이자 태하의 마지막 사랑' 이다. 소현세자의 측근이었다는 이유로 누명을 쓰고 2년간 관노로 살았지만, '곧 죽어도 양반' 인 태하가 마음에 두는 여자라면, 황망중에 사내랑 손 닿았다고 놀래고, 낯모르는 사내랑 내외하고, 미친척은 할수도 없는 '반가의 아녀자' 야 하는게 당연하지 않냐고...
그리고, 걔가, 신분세탁하고 살아온 세월이 10년이야..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그 10년을... 태어날때부터 노비로 15년을 살았다지만, 언년이가 못 변했을까?
특히, 주인의 은덕으로 노비신세가 면해진 것도 아니고, 주인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아 얻은 양반자리인거다. 천생 양반보다 더 양반다워야 하는 것이지.. 자칫 잘못해서 들통나면, 언제 눈앞에서 휘휘 춤추는 망나니 얼굴을 볼지 알게뭐냐고..;;;
살고싶으면 끝없는 세뇌를 해야 하는거라 이 말이다.
'나는 노비 언년이지만, 이제는 아니다..' 가 아니라 '난, 전이김가에서 태어난 양반 혜원이다.' 라고 머리 깊은 곳에 박혀있어야지만, 살아남을수 있는 10년이라..... 이 말이다.
그렇게 신분세탁하면서 살아온 앉은뱅이 양반계집 10년 세월이면, 체력도 떨어질 것이고...
게다가 세상의 중심이었던 도련님이 자기때문에 죽었는데, 그 10년이 어디 제대로 살아진 세월이었을까?
아마, 언년이는 가족인 오빠를 차마 떠날수는 없고, 그저 오빠의 뜻에 반쯤 맞추어 규방에 앉아 평생 대길이를 그리며 조용히 살아갈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참에 막판 굳히기를 하려는 오빠덕에 혼례만 치르고 냅다 튀어버린 것이지..
그러니, 이후의 계획같은게 세워졌을리가.... -_-
이미 언년이의 세상은 10년전에 끝난 것을...
극중에서도, 떠나긴 하되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막막한 심정을 한번 토로했고 말이다.
언년이에 대해서 뭔가 불평을 하고 싶으면... 분장으로 뭐라 할게 아니라, 히로인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작가를 나무래야지... 왜 그걸 연기자가 '캐릭터에 걸맞지 않게 완벽 분장하고 블라블라..' 하면서 유치하게 구는건지 모르겠다.
뭐, 시청자야 그럴수있다쳐도, 기자들은 생각도 없나? 그런걸 고대로 받아서 기사랍시고 올려놓게?
댁들이 해야 할 일은 '추노'를 보면서, 우리나라 드라마 시스템의 문제점이나 제대로 짚어주란 말이다!!
그래야 월급 받아먹고 사는 보람이라도 있지 않겠어?
보기 드문 주 2회 방송 시스템, 제대로 된 기획 없이 인기에만 편승한 편성, 생방시스템과, 그저 쉬운길 가기만 바쁜 덜떨어진 막장 작가들.... 댁들이 논해야 할 대상은 바로 이따위 것들이라고!!!!!!!!
그래야 어디서 '나 기자입네..' 하고 명함 내밀어도 부끄럽지 않지 -_-
웃기는 짜장들이셔.. 하여간...
3. 앞서 '노비였던 주제에!!' 하고 분노를 사고 있는 언년이지만, 중간중간 별수없이 노비였던게 티가 나던데?
특히, 헛간에서 태하의 족보놀음에 '웅? 그래서?? 어쩌라고??? @_@?' 란 모드에 깔깔 거리고 웃었다. 무척 귀엽더라고...
급조한 양반인게 티가 확 나잖아... 진짜 양반이라면 그 족보놀음에 동참했을텐데.. 특히나 고모님이 전이 김씨였다잖아... 푸훗...
4. 5~6회를 통해서 태하와 언년이 사이에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음을 잘 깔아주긴 했는데... 지금도 드는 의문 중 하나...
태하는 대체 언년이한테 언제 반한 것일까... -_-
구해줄때는 정신없었고, 깨어나 목을 조를때만 해도 별 감정이 없어보였는데... 역시 소복입고 불공드리는 모습에 반한것인가..;;
너무 빠르고, 또 너무 뜬금없달까...
특히, 과거 회상신에서 겉으로는 못해도 처자에 대한 속정이 무척 깊은 사내로 나오던데, 음..10년 독수공방했다지만, 얼굴본지 몇 초만에 언년이한테 반해서 이름자 알려주는 모습에 풋.. 하고 웃어버렸다.
이런 남자가 새로운 사랑에 눈 뜨려면, 뭐, 죽은 아내를 생각나게 했다던지... 혹은 지켜줘야만 하는 어떤 가녀린 모습이 보였어야 한다던지.. 이런게 좀 있어야 설득력이 있을텐데...
솔직히, 언년이가 욕먹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뜬금없는 태하의 '함께 갈래요?' 모드때문이 아닌가....
목적이 있어서 급하게 가야 하는 남자가, 발을 멈추고 함께 갈만한 '무언가'가 캐릭터 태하에게만 보여지고, 시청자들에게 전달이 되지 못했기 때문 아닌가.. 이부분을 섬세하게 했어야 했는데.. 역시 이부분은 정말 제작진의 실수라고 밖에... 그나마 DVD가 나오면 좀 나으려나? 한성별곡도 감독판 DVD를 통해 본방시간문제로 인한 신 구성을 재 배열한 덕에 훨씬 극 구성이 매끄러워진것처럼..
5. 악의 축 이종혁의 무표정한 얼굴이 현실적이라 가슴이 쓰렸다. 이젠 빼도박도 못하고, 정말 태하를 죽여야만 본인이 살아남을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그저 출세를 위한 선택으로 부인에게 일말의 정도 없는 철웅과, 뻔히 그걸 알면서도, 못난 자기때문에 고생하는 서방님 걱정에 마음아플 철웅처의 앞으로의 관계를 보는 것도 기대된다. 특히 출세를 빌미로 자신과 혼인시키고 마음대로 부려먹는 아버지의 얼굴을 외면하는 장면에서, 이 안타까운 가정이 마지막엔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었으면 싶은 마음이 든다.
좌의정댁은 정말 악의 축인데... 거기에 속한 인물들의 사연이 결코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기에 막연히 미워할수만도 없는 것이 극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 그렇게 온갖 나쁜짓은 다 해도 딸 자식 걱정에 그저 애처로운 좌의정이나, 어머니를 보며 그나마 희미하게 웃을수 있는 철웅이나.... 에휴.....
추노도 비극의 포스를 풍기고 있어서... 그나마, 막판에 한자락 위안이라도 다들 얻었으면 하는 마음 뿐....ㅜ.ㅡ
6. 예고를 보니, 드디어 대길이가 언년이를 보는구나... 뭐, 상황상 아마도 칼 맞는 와중에 헛걸 봤겠지.. 모드로 들어갈 것 같지만.... 예상보다(?) 빨리 대길이가 언년이를 알아채는구나... 그래도 둘이 만나는건 아마 터닝 포인트가 되는 절반쯤 가서야 아닐까... -_-
집으로 끌려갈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건 뭐건, 언년이의 '나 이분과 혼인했삼..' 대사는 드디어 언년이 캐릭터가 주구장창 욕먹는 민폐 캐릭터에서 벗어나려는 징조인가 싶어서 쌍수들고 환영모드!!
7. 엔딩곡인 낙인은 정말.. 안어울린다....ㅜ.ㅡ
처음 들었을때부터 정말 별로였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난 임재범류의 목소리가 싫어...ㅜ.ㅡ
(마찬가지 이유로 한성별곡때 JK김동욱 목소리도 안좋아했음.. 평행선은 연주음으로 나올땐 좋아했지만..)
낙인의 곡조도 그저 그렇고... 가사도 그저 그렇고... 차라리 삽입곡인 달에지다가 더 좋더라... 가사도....
엔딩 음악 그냥 연주곡으로 바꿨음 싶은 개인적인 소망이...ㅜ.ㅡ 예고때문에 스킵은 못하고... 예고가 나오면 '바꿔'로 자체 필터링중... -_-
8. 벌써 추노가 1/4을 방송했어어어어!!!!!!!! 꺄아아악!!!!!
회가 갈수록 점점 더 아껴 보고 싶은 이 마음...ㅜ.ㅡ
추노는 전작인 한성별곡과 비교해볼때 '대놓고' 대중성을 확보하고자 열심히 노력한 흔적들이 보여서....
늘, 뭘 볼때마다 본의아니게 마이너한 드라마들만 선택하게 된 나로서는 상당히 식겁하는 중이다...;;;;
'엄마야!! 내가 보는 드라마가 시청률 40%를 달려가... 이게 뭐래니!!! @_@'
(선덕여왕도 시청률이 흥하긴 했는데, 그 드라마는 굳이 시간맞춰 챙겨보지 않은데다, 드라마 자체에 빠졌다기 보다는, '미실&비담' 모자 한테 빠졌던 거였으므로 예외 -_-)
이렇게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면, 심장 약한 처자는 놀래서 콩닥콩닥 거려요.....;;;
이건 뭐.. 어쩔수 없는 어둠의 자식, 마이너 인생인건가...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