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을 통틀어 유일하게 보던 드라마가 끝났다. 허전해서 어찌사누...
이로써 당분간 드라마 볼일은 없어진듯..




현대를 배경으로 등장한 1권에 이어, 조선으로 돌아온 일지매가 밤에 월희에게 하던 먼 미래의 이야기와 수미쌍관을 이루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특히. 한밤에 깨어 자신의 파란만장했던 슬픈 개인사가 먼 미래에도 계속되는 듯한 이야기를 할때는 정말 눈물이 날것 같았다. 하필 배경음도, 24권 제목인 '내가 꿈꾸는 그곳' 이라니... 이건 정말 노렸다고밖에는...
그리고, 24권까지의 모든 이야기의 주제가 함축적으로 그 속에 담겨있었다. 주인공 입으로 스스로 드라마의 주제를 이리저리 늘어놓는데도, 그게 촌스럽다기보다는 슬프고 안타깝고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도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드라마 구성을 잘 하기만 하면 이렇게 대 놓고 주제의식을 말해도 어색하지 않는 법이라고!!!

사전제작인 덕분에 (100%는 아니지만..)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일도 없고, 각색도 크게 나쁜편은 아니어서 오랜만에 '정말로 좋은 드라마를 보았다' 라고 생각했다. 워낙 요즘 드라마들이 막장을 달리고 있어서, 돌아온 일지매가 빛나기도 했지만, 또 그때문에 별 빛을 못 보고 조용히 뭍히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 나중에라도 이 드라마를 꼭 보시길...



드라마가 끝났으니,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들을 짚어보자..

1. 드라마 연출이 너무 정적이었다.
영웅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굳이 '영웅' 을 강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던 듯 하다. 돌아온 일지매의 연출 스타일을 보면...
'일지매' 라는 캐릭터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액션 무협 활극을 기대하고 있었던 듯 한데, 황인뢰 감독은 '일지매 개인의 일생' 에 초점을 맞췄다라는 생각이 강하다.

왜, 일지매란 조그만 갓난쟁이가 버려져, 낯선 타국에서 자라야 했는가...
왜, 돌아온 조국에서 또 다시 버려져야 했는가...
그래서, 그는 세상에 나온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무슨일을 하였는가...
그, 소년의 치기어린 분노, 복수심에서 어떻게 사회를 똑바로 마주보는 어른이 되었는가...

정확히는 '개인의 일생을 통한 자각과 성장' 을 나타내고자 한 것 같다. 이건 전작인 '궁' 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달까... (비록 궁을 다 챙겨보진 않았지만..)

그렇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돌아온 일지매의 연출이 조금 삐걱거렸던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는 파란만장한 주인공을 따라 종횡무진 달리는데, 연출은 그에 비해 정적이었던 탓에, 몇몇 사건 흐름의 전개에 있어서 매끄러운 연출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이 좀 더 보완이 되었다면, 좀더 자연스러운 이야기 흐름을 볼수 있었을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2. 월희역의 윤진서씨와 더불어, 월희의 캐릭터 문제..
초반에는 지적이면서도 당찬 양반댁 아가씨로 등장하던 월희.. 일지매와 사랑에 빠지면서 어느순간에 극 최고의 민폐, 징징 캐릭터가 되어가고 있었다. -_-
이게 원작에서도 그랬는지 모르겠다만.. (원작을 읽지 않아서..) 설령 원작에서 그랬다 하더라도 초기 등장분에 맞춰 성격 좀 각색을 시키지... 초반 등장때는 '지적이고 겂없는 양반 아가씨' 가 점점 더 '남자 하나때문에 인생에 성격까지 말아먹는 안습의 아가씨' 로 전락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괴로웠다. 게다가 열공스님의 한마디에 다시 초반의 그 침착하고 기품있는 양반 아가씨로 돌아온 모습이라니...OTL
캐릭터 일관성이 너무 없잖아...

총명한 한 소녀가 일지매를 알고, 사랑하고, 그 사랑이 집착으로 변해가다, 다시 진정한 사랑과 믿음을 알게되는 '월희' 를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점차적으로 그게 서서히 발전되는 모습이 보여지는게 아니라, 너무 급진적이었다. 일지매를 알자마자 사랑에 빠졌고, 돌아오자마자 일지매에게 집착했으며, 떠나자마자 믿음과 사랑으로 굳건해진 월희는 시청자가 보기엔 '쟤, 뭐야?' 싶은 생각밖에 안들더라...;;
일지매에 비해, 월희의 성장을 너무 소홀히 다룬 듯...

그리고... 권을 더 해 갈수록 연기력이 일취월장하는 정일우와 다르게 윤진서의 연기는............orz
특히 마지막 권, 한밤에 일지매와 먼 미래의 꿈을 얘기하던 장면에선, 감동스러워 눈물이 나오려다 말았는데, 그 이유가.. 월희 아씨 때문이라면 내 할 말 다 한 것이오...OTL
(대본으로 읽었으면 눈물 바가지 펑펑 퍼냈을 것이다.)


3. 마지막 엔딩롤을 스텝들의 촬영사진으로 때울게 아니라, 편집 좀 잘해서 '돌아온 일지매 완결판' 으로 만드시지.... -_-
뭐랄까, 요즘의 대세인 '마지막회는 고생한 스텝들을 위해!!' 라는 테마가 별로 마음에 안든달까... 그건 그거대로 DVD에 넣을 사항이고, 마지막 엔딩 스텝롤까지 완벽하게 '한 작품의 완결' 로 지었으면 하는게 바람이다. 특히나 일지매와 같이 아주 잘 만든 드라마의 경우엔 더더욱 말이다..



아쉬운 점을 주절주절 늘어놓았어도.. 돌아온 일지매 스텝 여러분들.. 다들 수고하셨어요!!!
좋은 드라마, 잘 만든 드라마를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막장 드라마 만드는 작가, 감독들.... 반성들 좀 합시다. 전파낭비도 어지간해야지.. 매일 초저녁마다 들려오는 모든 인물들의 고함소리는 정말 세상 사는것을 질리게 만든다니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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