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만 하고 활동은 하지 않는 다음 카페 캐스팅 뱅크에서 설문 조사를 하고 있다.

캐스팅 뱅크
오린만에 들어가본 카페에서는 '우리 성우계, 녹음 환경에 있어서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은?' 이라는 내용으로 설문 조사를 하고 있었다.
비 회원도 참여 가능한 이 설문에서, 6개만을 고르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보기 전체에 투표를 해도 모자랐으니..-

1. 배역 성격과 무관한 인기 성우 위주의 편향된 캐스팅.

케이블 채널에서 투니 외에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임을 내세우면서 탄생한 애니원에서 많이 봤던 문제점이다.
덕분에 연출자는 물론, 애꿎은 성우들에게까지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었다.
'안전'을 중요시한 안일한 캐스팅이라 할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 더빙 옹호파에서 상처를 주는 행동이 아닐까...
-더빙 반대파는 옳다구나 여기고서 개같이 물어뜯었다.-

2. 원판과 국내판을 둘러싼 비교 논쟁.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 그래서 표를 던지지도 않았다.
무조건 일본판이 좋다면, 정당하게 비싼 일본쪽 물건을 사서 들으면 되는 것이다.
혹은 금전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한국판을 사서 일본어로만 플레이 하면 되는 것이다.
왜, 공공의 자산인 방송에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면서 일반사람들이 방송을 향유할 권리를 빼앗아 가려하는가?
그런것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정당하게 지불하고 산 문화 컨텐츠에서나 주장하라.

3. 지나치다 싶은 1인 다역 문제.

이건 최근 방송되고 있는 챔프 -애니원- 방송국의 '강철의 연금술사' 에서도 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7번 설문답과도 맞물려서 '작품에 대한 이해' 보다는 '작업의 효율성' 에만 맞춘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결론적으로 연출을 하는 연출자의 마음가짐의 문제가 크다는 얘기다.
최근 투니의 더빙 경향도 볼때, 걱정되는 행동이기도 하다.
전문 방송사에서 일한다는 중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이러하면, 앞으로의 더빙도 최악이 될수밖에 없고, 그럴때마다 더빙 반대파들은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며, 더빙을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계속 실망감과 배신감만이 더해 갈 뿐이다.

4. 방송국이나 연출자 개인 취향에 따라 고착되는 캐스팅.

이 역시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어떤 PD가 연출을 한다고 하면 어떤 성우들이 캐스팅 될지가 뻔히 보이는 상황.
시청자들은 '신선한 목소리' 를 원하는데, 어울리지도 않는 곳에서 연출자가 선호하는 성우가 캐스팅 되어 나왔을때의 어색함이란...

이런 상황이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곳은 MBC이다. 이런 문제하에서는 그런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5. 장르에 따른 전문연출가 부족.

더빙이 많이 필요한 곳은 애니메이션이다. 성우들중에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쨌건 성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는 애니메이션이다. 외화시리즈나, 영화는 일본등처럼 DVD에 반드시 자국어 더빙이 들어가야 하는 법등이 우리나라엔 없다. 그렇기때문에 이런 외화더빙은 '주된 일' 이라기보다는 '부수적인 일'에 해당하며, 이 역시 사람들이 즐길수 있는 문화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은 얼마 없다.
대부분의 방송사에선 외국작품 -일본- 을 사와 더빙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장르에 따른 전문 연출가가 탄생할 수가 없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직접 제작하기보다는 완성된 외국작품을 사와서 더빙하는데에는 직접 제작한 만큼의 노력은 들지 않는다.

6. 상황에 맞는 번역의 충실성 결여.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 방송되는 애니메이션들의 더빙을 보고 있자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7. 작품 자체에 충실하기 보다 작업과 효율을 우선시 하는 풍토.

3번과 맞물린 핵심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다. 중복과, 인기성우 위주의 안전한 캐스팅...

8. 성우들의 작품 연구 및 이해도 부족.

최근 '풀 메탈 패닉 후못후' 를 보고 있으면, 부실한 연출과 더불어, 성우들의 작품에 대한 연구 및 캐릭터 이해도가 떨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류의 캐릭터라 할지라도, 설정되어있는 배경에 따라서 미묘히 다르게 연기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작품과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방향으로 연기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이 역시 3번 7번과 맞물려서 대충 비슷하게 맞춰서 방송하고, 관련 상품을 팔아먹는 것으로 끝내려는 풍토가 문제다.

작품에 임하면서 작품에 대해서 연구하려 하지 않는 성우들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연출부 혹은 제작진의 문제이다.
작품을 이해하고 싶은데도, 자료를 건네주지 않는데 어떤 연기자가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더빙시, 성우들에게 자료가 거의 넘어오지 않음을 잡지에서 읽은 바 있다.-

9. 빈약한 국내성우 정보 및 자료.

이 때문에 성우 자료를 정리해서 웹진을 만드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그도 완전하지 않아서 -아마도 성우협회 가입자들만 자료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자료는 여전히 부족하다.

10. 성우와 더빙에 대한 왜곡된 시각.

이 역시 2번과 더불어 논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누구든 성우를 할 수 있다' 라는 식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최근 인기있는 배우가, 혹은 개그맨들에 목소리 연기에 도전한다는 기사를 볼때마다 착잡함을 감출수가 없다.
발성도, 발음도, 연기도 되지 않는 사람들을 고가로 모셔와 무슨 연기를 시킨단 말인가?
눈끌기에 성공은 할지 몰라도, 그들의 연기를 듣고 감동할 사람이 있을까..
안타깝게도 훨씬 적은 돈으로 양질의 더빙을 끌어낼 수 있다.
'아무나 할수 있는 연기' 가 아니다. 목소리 연기란..
일반인들의 인식이란 결국 여기까지인 것인가..
-그걸 대서특필하는 기자들은 이미 포기했다. 우리나라 기자들의 멍청함은 알아주는데 뭘..-

11. 성우들의 수입 불균형 현상.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벌어가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방송사 전속 시스템하에서의 소득 불균형 현상은 심각하지 않은가 싶다.
캐스팅의 기회조차 없는데, 어디에서 연기를 펼쳐보이겠으며, 돈을 번단 말인가...
성우들의 수입 불균형은 열악한 더빙환경의 결과물이지 않는가...

12. 소극적인 성우협회 및 극회의 태도.

가장 큰 개혁을 해야 할 곳이 아닐까?
세상에 성우라는 직업이 있음을 처음 인식하게 된 것이 언제였을까?

내 경우는 초등학생 무렵 한창 유행하던 외화 시리즈에 의해서 였던 것 같다.
당시 '맥가이버' 를 밥도 안먹고 볼 정도로 좋아했었던 나는 성우 배한성씨 -모든 성우분들의 존칭은 '씨' 로 통일한다.- 를 무척 좋아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배한성씨가 연기하는 맥가이버를 광적으로 좋아했다고 볼수 있겠다. 나중에 '성우' 라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된 후로는 멋대로 배한성씨에 대한 망상을 불태우다가 실제 그의 모습을 보고 2주동안 우울모드로 떨어졌었던 때도 있었다. -잘 생각해보면 배한성씨의 외모는 절대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 )-

맥가이버를 계기로 나는 다음부터 텔레비전을 볼때 '목소리' 에 더욱더 주의해서 보게 되었다.
하지만 정확히 따지자면, 80년대 후반의 그 많던 외화와 애니메이션 중 딱히 어느 한 작품만이 나를 목소리의 세계로 인도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방송되던 모든 외화, 애니메이션들이 나를 목소리의 세계에 집중하도록 이끌었다는 쪽이 더 맞을 것이다. 이 만화에서 들었던 목소리를 저 외화에서 듣게 되고, 그럼으로써 '대체 누구일까?' "우앗~ 이 사람 목소리는 저기서 들었던 것인데!!'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이름을 알기 위해 지금과 비교해보면 형편없기 짝이 없는 스텝롤을 핍박을 견디며 끝까지 보고 알아내곤 했다.

그러다가 성우의 세계에 열렬히(?) 빠지게 된 것은 권혁수씨를 알게 되면서부터이다.
4학년인지 3학년인지 무렵에 MBC에서는 '울트라맨' 이라는 만화를 해줬었다. 거기 주인공을 권혁수씨가 한 것이다. 간간히 그림동화나, 명작동화 시리즈등에서 그 목소리를 듣고 '마냥 목소리가 좋다.' 라고만 여기던 분을 주연으로 오래도록 많이 들을수 있었음에 행복해했고, 끝난후 스텝롤에서 '권혁수' 라는 이름 석자를 보고서 잊지 않으려고 일기장에까지 적어놓으며 외웠었다. -그 일기장은 지금도 가지고 있다. 정말... 사랑이 넘치도록 그 분 이름을 적어놓았더라..: )-
그 다음부터는 권혁수씨 목소리가 나오는 만화는 물론, 외화, 다큐시리즈도 몽땅 봤다. 그러면서 점점 더 '목소리가 주는 그만의 독특한 매력' 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제 2의 성우붐에 빠졌던 것이 언제였던가?

95년부터 97년 사이였을 것이다.
물론 그 전부터 성우분들을 좋아했었지만, 공중파에서 방송되는 꽤 수준높은 애니메이션을 계기로, 그 동안 알고 지내던 성우에 더하여 새로운 성우들에게 흠뻑 빠진 시간이었다. KBS의 '세일러문 시리즈' 나 SBS의 '마법소녀 리나 -슬레이어즈-' 등을 보면서 그 동안 MBC에 편중 되어있던 성우분들 목소리를 더 확장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한국 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성우붐을 일으킨 계기가 되기도 했다.
외화 역시 많이 보고는 있었지만,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외화보다는 애니메이션쪽에 더 많이 노출되기도 했었다. -학교에 설치된 멀티비전은 공부하라고 놓인 것이 아니라, 장학사들을 위한 전시물의 기능과, 저녁시간 학생들의 오락거리를 위한 것이었다. ^^-

또 '만화열전'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몇번 듣기는 했지만, 온전히 성우분들이 참여한 것이 아니라, 어설픈 형식에 발음이 부정확하기 짝이없는 일반 연예인들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듣고는 얼마 가지 않아 듣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라디오를 통해 다음넷에 성우카페가 있음을 알고 찾아가 보는 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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