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끝났습니다...
8부작.. 깔끔하게..... 작가가 상당히 냉정하군요...
주인공의 신념이 꺾이고, 삶이 끝나는대도, 눈물이 맺힐 뿐, 흘러내리지 않더란 말입니다...
안타깝고, 답답할지언정, 대성통곡이 나오는 분위기가 아니에요....
드라마가 끝나고 하루가 지났음에도, 이런 기분은 그대로네요..

'냉정하게, 누구 편도 들지 말고, 보거라..' 라는 작가의 의도가 담겼던 마왕조차도, 결국 마지막회에서 울고 말았는데, 이놈의(?) 드라마는, 처절하게 '삶이란게 그런거고, 누구에겐 세상 끝날듯 서러운 일이나, 다른이에겐 어제와 오늘은 다를게 없는 하루' 라는 식을 그렇게 보여줄게 뭐랍니까.......
아아....
이제것 봐왔던 한국 드라마라면, 당근 주인공이 죽었는데, '오래 오래 여운을 길게 끌어줘야 정상 아닌감요?'
다모에서 '오라버니..' 라며 서로 응시하며 죽는 그런 연출.. 그게 정상 아닌감요?

주인공 죽고, 서브 남주가 절규한지 1분도 채 안돼, 곧바로 대비마마께서 어린 왕을 앞에 두고 신하들의 충성맹세를 받는 모습을 보여주다니!!!
얄짤 없습니다요!! 어쩜 그리 잔인(?)하십니까??!!!!!!!           응?

아니... 실은 그래서 더 좋았어요....

신념과 소망이 꺾인 이들에겐 세상이 무너지는 일이고, 허무에 휩싸이지만, 자신의 자리를 온전히 지킨 그들에겐 축하하고, 더이상의 위협이 없는 안온한 일상이니까요...


2. 오랜만에, 정말, 이야기가 중심이 된 드라마를 봐서 기분이 좋습니다.
막가는 소위 말하는 '막장 드라마 팬' 으로 인해서 결말이 좌지우지 되지 않는것도 좋고...
그래서 사전제작이 좋다 아닙니까!!!!! 후후후후후후....
완전 시놉대로 흘러간 드라마!!!
덕분에, 대체 어디서 흘러들어온건지 모르는 시놉으로 인해, 드라마 팬들이 피를 보는 불상사가 생겼지만 말이지요... -_-
최대한 시놉을 피해간 덕에, 온전히 결말을 즐길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스포일러 피하려고, 공홈에도 들어가보지 않았던 이 집념!!!
-무슨놈의 드라마가, 공홈에 올려진 것이 몽땅 다 스포일러 덩어리인지... 제작진이 다 찍어놓고 할일이 없으니, 예고편으로 시청자를 낚질 않나, 티져에 버젓이 스포일러를 뿌려대질 않나.. 뮤직 비디오도 스포일러 투성이요. 공홈의 현장 사진과 인터뷰는 아예 볼 엄두조차 못 냈다. -_-     -



오로지, '글의 힘' 을 믿고, 뚝심있게 전개해 나가는 그 모습에 반했습니다.
작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다음 작품이 정말 기대됩니다.
그래요...
결말이 흔들리지 않는 작가여야 하지요..... 이렇게 모든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꽉!! 틀어쥐고 있어야, 진정한 이야기꾼이지요!!!
시간이 없다는 둥..... 창작의 고통이라는 둥..... 하면서 쪽대본 양산해내는 사람들!! 남의 글 베껴먹는데 정신 없는 인간들!! 좀 보고 배우세요!!!


3. 사극이란..... 이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병훈식 RPG 사극.... 처음 나올때부터 정말 안좋아했습니다..... -_-
드라마라는게, 그 시대에 대한 통념이라던가, 시대를 꿰 뚫는 공통점을 사람들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사극이라면...
대놓고 정치얘기 못하던 시절에, 슬쩍 빗대어 현실 정치를 얘기하는 것에서 출발한 것 아니었습니까?

쟁쟁한 중견배우들이 나와, 특유의 사극 발성으로 근엄하게 이야기하면 그게 정사극이고, 젊은애들이 나와 아기자기한 일상과 개개인의 소소한 욕망, 사랑을 표현하면 퓨전이라는 둥, 나누는 그 기준이 정말 싫었습니다.
-다모를 초기에 기대하며 보다가, 결국 후반부의 엉성한 이야기 구조로 버릴적의 그 속쓰림이란...... 결국 말하고자 했던 바는 잊어버리고, 사랑놀음과 캐릭터 인기 놀음에 실종되어버린 이야기가 정말 슬펐습니다... 그나마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지금껏 기억을 하고 있을 뿐... -_- 실제로는 '퓨전사극' 임을 표방한 덕에, 다모와 한성별곡을 비교하는 몇몇 기사와 의견들을 보며, 속이 무진장 쓰렸습니다. 한성별곡을 다모와 비교해주는 건 참으로 미안한 일이거든요... -_-
심지어 종영후, 어느 기사에선 '나영과 상규의 이뤄지지 못한 사랑을 끝맺었다' 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이는데... 미안하지만, '사랑' 이 아니라, 그들의 '이루지 못한 소망' 입니다. 분명, 그들의 개인사에서 사랑이 있었을지 모르나, 그와 같게 '소망하는 바' 역시 정말 강했거든요. 아니, '소망' 이 주요..'사랑' 은 부수적인 것처럼 보일때도 있더이다.-


제가 생각하는 사극이란, '시대를 빌려와 오늘의 이야기를 하는 장' 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면에서 한성별곡은 지금껏 나온 사극 중 제가 생각하는 사극에 가장 부합합니다. 덕분에 압력을 받아, 들어가야 할 장면과 대사가 짤리는 불상사도 겪었습니다만.... -대체 지금 시대가 땡전뉴스나 치던 문어대가리 시절이냐???!!!!-
앞으로 사극이, KBS의 이 시도를 본 받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M사에서 만들겠다는 이산 정조가 상당히 불안합니다. -_- 이병훈식의 RPG 사랑놀음 사극의 괴악한 물건이 하나 또 탄생할까봐...;;;-
개인사, 영웅에만 너무 집중하지 마시고, 오버와 근엄으로 무장한 그런 평면적인 연기와 연출 말고, 제대로 시대와 삶을 통찰하는 그런 사극을 또 만나고 싶습니다.
어떻게 '대하사극' 이라고 타이틀만 거창하게 붙어 몇 백억씩 받아먹는 드라마보다, 꼴랑 7억정도의 돈으로 찍어낸 드라마가 고증도, 이야기의 흐름도 더 훌륭한 겁니까? 이건 정말 반성해 볼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시청률면에서 한성별곡이 비록 실패했을런지는 몰라도, -요즘 같은 시대에 그 시청률 집계라는게 얼마나 우스운 물건인지는 일단 뒤로 제껴두고- 드라마 전반벅인 제작 문제와, 이야기 면에서 한성별곡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를 계기로, 좀더 완성도 높은 좋은 작품들이 탄생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방송되는 드라마 중 정말 몇개는 전파낭비라 생각되는 드라마들이 있는데..... 그걸 볼적마다, '저 작가의 뇌 구조는 어드렇게 생겨먹은걸까?' 라는 의문이 정말정말 강하게 듭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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