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뉴스] 집 밖도 ‘예쁘게~멋있게~’

아침은 대체로 주부들을 위한 연성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뉴스들은 주부들을 바보로 아는 것 같다. 오늘 뉴스 꼭지 중 하나에 '집 외관을 예쁘게 꾸미는 익스테리어' 라는 걸 소개를 했다. 이제는 집 안 뿐만 아니라, 외관에도 신경을 쓰며,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는 뉴스였는데..
문제는 아파트의 상황을 소개하면서, 비상계단을 주민이 자신들 편의대로 꾸미는 것을 아무 거리낌없이 방송을 할 뿐 아니라, 그 사실을 부추긴 것.

아파트의 비상계단은 말 그대로 '비상계단' 이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돕는 '대피로' 다.
그곳에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서, 또는 집 주변 환경을 아름답게 꾸미고 보이고 싶다는 욕구때문에, 생명과 연관된 그곳을 멋대로 점유, 이용할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방송내용을 보면,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이용' 이라고 말하며, 주부들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냥 의자나 설치물들로만 봐도 '계단을 모두 막는구나.. 불이라도 나서 대피 할적에 다 죽자는 얘기로군..'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사람까지 앉아있으니, 그 모습은...........

게다가,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봐도, 아파트의 비상계단이 '주민들의 사랑방 노릇' 을 할 수가 없다.
비상계단이 어떤 곳인가.. 조그만 소리에도 크게 울리는 공간에서, 모여서 수다를 떠시겠다? 그건 주위에 민폐다.

기사 내용 중 '아무도 생각 못 했던 버려진 공간' 이라는 말이 있었다.
기자분에게 당부드리고 싶다.
그곳은 '아무도 생각 못 했던 버려진 공간' 이 아니라,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경우, 소중한 인명을 구하는 정말 굉장한 공간' 이라고...

일반 주택에서 살아본 경험이 기억난 것만 따져도 2년 될까 말까다. 그 만큼 난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데...
그렇지 않아도 매일 계단을 오르내릴적마다 불안하다. 늘 닫혀 있어야 하는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문은 늘 열어두고, -비상문은 닫혀져 있어야 하지만, 잠겨져 있어서는 안된다. 유사시 연기와 불을 차단하고 신속한 대피를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층 아파트에서는 절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항이다. 왜냐고? 복도가 어둡다고!!!- 그곳에 자전거며, 박스, 생활에 필요한 여러 물품을 쌓아두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물건들 덕분에 비상문을 닫을 수 없기도 하다. 비상계단에 쌓아둔 이런 물건들은 유사시 신속한 대피를 막는 장애물일 뿐만 아니라, 인명피해를 키우는 위험한 장애물로 돌변한다.

겨우 8층일 뿐인 집을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는 동안, 단 한 층에서만 장애물이 없이 계단을 오를 수 있을 뿐, 나머지 모든 층이 그러하다. 어떤 층은 자전거를 무려 3대나 두어, 더이상 그 윗 층으로 오를수가 없다. -이 층을 지날때가 가장 난감하다. 자전거를 쓰러뜨리거나, 자전거를 넘거나 해야 한다. 윗층에서부터 신속하게 대피를 했다 하더라도, 이곳에서 막혀 다들 죽을 것이다.-

안일한 안전의식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야 할 뉴스에서, 오히려 비상계단을 위험하게 사용하라고 부추기다니...
기자의 자격이 없다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아파트에 사시는 주민 여러분..
아파트 비상계단은 당신들의 생활 물품을 쌓아두라도 만들어 둔 곳이 아닙니다.
위험한 일이 생겼을 경우, 빠른 대피를 위한 '생명의 길' 입니다. 제발 집안 물건은 집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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