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공연을 보면서, 연극과 뮤지컬은 많이 봐왔지만, 콘서트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물론 영화제등에서 하는 야외 공연이라던가 그런건 많이 봐왔지만, 내 스스로가 목적의식을 가지고 가수들의 콘서트를 직접적으로 찾아간 적은 없다. 내가 즐기는 음악공연은 클래식과 같은 연주공연 위주였지.. 대중적인 콘서트는 잘 찾지 않는다. 물론 좋아하는 가수라면 이놈의 수집벽때문에 1집부터 박박 긁어모으긴 하지만 말이다..;;;

콘서트장을 찾지 않는 이유는 별다른게 없었다.
일단, 음악을 다양하게 두루두루 듣는 타입이 아니라, 한곡에 꽂히면 다른 새롭게 꽂히는 곡이 나올때까지 며칠이고 몇달이고 듣는 버릇때문이고, 무엇보다...
나는... 정말 좋아하는건 멀찍이 떨어져서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타입이기때문이다.
그걸 유일하게 깨는 것이 바로 '바람의 나라'를 비롯한 진님의 작품인 것이고, 이번 부활 콘서트가 두번째가 되었다.

부활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수집벽이 동할정도로 모든 앨범을 박박 긁어모은 정도까진 아니었다.
사랑할수록이 나오며 가슴 설레어했을때는 초등학생이었고..( '') 돈이 없어 유일하게 구한 카세트 테이프를 늘어지도록 들으며 좋아했지만, 그 후에 나온 4집은 관심밖이었고, ;;; 박완규의 목소리를 들으며 '괴물!!!' 이라고 감탄했던 5집때는 중딩이었다. 보컬이 누군지도 모르고 좋아했던 7집 타이틀 곡 안녕을 좋아했으며, 네버엔딩 스토리를 한때 엠피3에 넣어다니며 새롭게 꽂힐 노래가 나올때까지 들었던게 다다..

좋아하지만 딱히 광팬이라고 할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부활 라이브 콘서트까지 지르게 된 것은...

일단, 집 근처에서 한다니까....( ..)
(지방민의 비애가 이런거지 뭐....)
둘째로 남자의 자격을 1회부터 빠지지 않고 챙겨보던 팬으로서 김태원이라는 사람의 인간적인 모습이 좋아졌으니까... (그 전까진 그냥 부활의 리더... 로만 인식..)
셋째로 VIP석이 770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대여서... ( '')
마지막으로.. 올해를 '그동안 미련하게 착한 자식 노릇하느라 순진하게 살았던 나날들을 다 깨부서 보자!!' 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운 덕이기도 하다. 실은 이게 가장 많은 이유를 차지했다.
그래서 설 연휴에 콘서트표를 질러놓고, 두근반 세근반하며 콘서트를 기다려 2월 19일 4시.. 공연장으로 출발했다.

요즘 전주시내버스가 파업중이라..(벌써 3개월째... OTL) 일부러 낮공연을 선택한 것인데... 버스타고 가는 도중 기사님 왈.. 노조 집회로 인해서 공연장이 있는 전북대에 갈수 없단다. 아놔... 넉넉하게 3시 반에는 도착하도록 버스를 탄거였는데... 롯데에서 숨차도록 걸어서 40분에 공연장에 도착...
티켓을 받고 주위를 둘러보니...


마봉춘네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출연자들이 와 있었다. 가려졌지만, 이태권씨, 손진영씨, 백청강씨 양정모씨 모두 다 올망졸망 모여있었다. 촬영중이었던 듯...
표를 찾을때 방송국 카메라가 보여서 '헉!! 뭐야!!!' 하며 요리조리 피해다니고 있었는데, 이분들 때문이었나보다...




그리고 공연 시작....
버스파업때문에 4시공연을 예매하면서 저녁 공연보다 분위기가 좀 다운된 상태이면 어쩌나... 했는데..
그 걱정은 기우였다. 초반부터 달리기 시작하는 관객들....
첫 곡을 끝내고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멤버들이 칭찬을 할 정도로 객석 호응은 최고였다.
다만... 내 양 옆으로 나이 지긋하신 신사분들이 앉아계셔서....( '')
그분들은 참... 미치도록 발광하며 뛰는 여자애때문에 좀 식겁하셨을지도... 혼자가니 누구 눈치 안보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달리게 되더라...( ..)


그렇게 먼 자리가 아니었음에도 기타를 치는 할마에의 모습은 정말 멋지고... 슬림~ 하시더라...ㅋㅋ
부러웠...;;;; OTL



간간히 재밌는 토크와... 뭔가 이해가 잘 안갔던 태권브이 얘기와...
서재혁씨와 채제민씨의 재치있는 입담들과 정동하씨의 수줍수줍 토크가 공연 중간중간에 펼쳐지고...


부활의 곡들은 최소 10년이 지나야 뜬다며...
아마... 10년후에 크게 히트할(?) 곡..(ㅋㅋㅋ) '노을'을 부를때 찍은 것 같다.
(하루사이에 기억 장애가...OTL)
그런데 이 노래가 10년후에 히트할 곡인가요? 전 10집 들을때부터 좋던데요.. 이제 몇 년만 더 참으면 크게 뜨는 겁니까?

1부 마지막으로 사랑할수록이 흐른 뒤



게스트 박완규씨의 등장으로 2부 시작!!!!!!!!!
전주 콘서트가 결정됐을때 비밀이 발표된지 얼마 안돼서 혹 오실까... 했더니 오셨다...
박완규씨가 오셨다면 당근!!! Lonely night!!!!!!!!!!을 불러주셔야죠!!!
어릴때 듣던 그 목소리는 아니지만, 여전히 '괴물!!' 이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쩌렁쩌렁한 성량으로 시원하게 불러주셨다. 정동하씨 목소리도 좋아하지만, 확실히 박완규씨와 함께 부르니.. 울리는 소리 자체가 다른게 느껴지더라... 객석을 압도하는 목소리... 개인적으로 예전의 미성이 더욱 좋지만... 세월이 지나가며 소리가 바뀌는 것은 어쩔수 없죠...
그리고 최근 발표된 비밀을 불러주고 가셨다...


그리고 다시 달려야죠!!!!
열심히 달립니다...
정동하씨도 간간히 객석에 내려와 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게 있다면... 정동하씨의 무대 매너가 참 수줍(?)으시다는 거....;;;
악기때문에 많이 움직이지 못하는 서재혁씨도 간간히 무대 앞으로 나오며 분위기를 띄워주시는데... 보컬이 '수줍수줍' 거리면 어쩝니까!!!!!!!! orz

그동안 각종 방송에서의 모습을 보며 '진짜 내성적이구나...' 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그래도 가순데... 무대위에선 완전 돌변이겠지... 했는데... 방송에서 보인 모습과 무대위의 모습이 별반 차이가 없는 듯...
관객의 눈을 맞추며 노래를 부르다, 객석의 반응이 적극적이자 놀라서 돌아왔다고 고백하는데....

동하씨....
해치지 않아요............
재혁씨 말처럼 '글루코사민 먹을 나이의 관객들'이 돌격해봤자 뭐 얼마나 힘이 있겠어요....
담에는 좀더 관객에게 몸을 던지는!!! 모습을....;;;;


콘서트는 점점 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더이상은 달리느라 카메라고 뭐고 다 팽겨친 상황...
그저 달리는거지 뭐....

부활의 색깔로 편곡한 넬라판타지아와, 교실 이데아!!!
직접 들은 Jill's theme는 정말 감동이었고, 각 악기들의 솔로도 가슴을 울렸다. 특히 드럼!!!
객석의 호응을 끌어내며 쉬운 박자부터 어려운 박자까지 이끌어내는데... 관객들이 정말 잘 따라가더라.. ㅋㅋ
제민씨가 드럼을 치며 웃던데.. 생각외로 잘 따라와서 웃으신건지... 어쩐건지...
(여기는 전주... 이 정도쯤이야... 사습놀이때 판소리에 추임새 넣는게 기본인 도시...;;)

앵콜로 네버엔딩 스토리와, 회상3를 끝으로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사랑할수록, 아름다운 사실, 노을, 소나기, 희야, 흑백영화, 슬픈사슴,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등... 가물 거리는 기억속의 주옥같은 부활 명곡들로 힘차게 달린 3시간이었다.
아... 이래서 라이브 콘서트를 가는거구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달까...
9월에 13집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때 다시 전주에 찾아오겠다는 약속.. 꼭~~ 지켜주세요...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저질체력인 비루한 인생은 서울까지 점프하기가 정말 힘들답니다...orz


공연이 끝나고도 한참동안을 여운을 느끼며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무대위에는 동화가 흐르고...
다음을 기약하며... 안녕.....






뱀발 1.
공연장을 빠져 나오는데, 삼성회관 스텝인 듯한 사람이 '정말 감동적이더라..' 라는 말을 하는 걸 들었다...
맞아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뱀발 2.
콘서트 관련 스탭이 오늘 실수를 많이했다며 나 왜이러냐고 땅파며 자책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가수의 라이브 콘서트가 처음이었던 전 좋았어요... 다음 공연에선 실수 안하셨겠죠?

뱀발 3.
마지막 앵콜때 위대한 탄생 멘티 중, 양정모, 손진영씨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두 분을 비롯 부활 전 멤버들이 눈물을 닦는 걸로 보아..... 다음 라운드 10명을 가려내고 꿈을 잃지 않도록 라이브 무대에 설 수 있는 배려를 한 것 같았다.

전날 최종 20명의 멘티들을 가려내던 방송을 보며 눈물 흘리며 감동했었는데, 콘서트 마지막에서 그런 모습을 보니 울컥~ 하고 말았다...
두분... 꿈을 잃지 마세요....

뱀발 4.
집으로 가기 전 파파존스에 들러 피자를 포장해 가는데, 마침 들어가자마자 '비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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