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지치니 마음이 지친걸까...
아니면 마음이 지치니 몸이 더이상 버텨내지를 못하는 걸까..

하루에도 기분이 10번은 오락가락 하는 것 같다.
평상의 기분이다가 갑자기 바닥을 치고, 조금 나아지다가 다시금 우울의 늪을 허우적거리고 있다.
웃긴 웃되, 뭔가 텅 비어있는 듯한 느낌...

마음속으로는 대체 내가 뭘 느끼고 있는걸까 자문하면서도 순간순간엔 반응하고 있다.
집에 돌아와 책상앞에 앉으니 필통에 꽂혀있는 칼이 순간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문득 뭐하고 있나 살펴보니 커터칼 심을 있는대로 뽑아들고는 손목에 갖다 대고 있더라...
이런적.. 참 오랜만이다.

고등학교 때, 앞으로의 진로와, 내가 '평범한 인간의 범주'에 들지 못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을 때...
가족이 내게 당연하게 바라는 '그 무언가'를 난 '이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던' 그 때와 같았다.
멀쩡한 얼굴로 가족들을 대하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평소와 다름없이, 그녀들이 좋아하는 연예인 얘기에 맞장구쳐주고,
시험얘기, 싫은 선생님 얘기, 누구누구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얘기...
가랑잎만 굴러도 까르륵 거린다는 그 나이의 소녀들처럼 신나게 수다를 떨고는 야자시간에 나도 모르게 그날 새로 산 날이 잘 선 커터칼로 손목을 죽죽 긋고 있었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만한 상처도 아니었고, 주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나만이 기억하되,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이상행동..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기 5분전에 나도 모르게 만들어버린 그 상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결국 그 상처는 가족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고, 어쩌다 아물어 갈 무렵 친구의 눈에 띄어 그저 빳빳한 새 종이에 조금 심각하게(?) 베인 상처라고 얼버무리며 끝났었다.

심하게 베어낸 상처도 아니었기에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무덤덤하게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놀라지도 않았다. 내가 왜 그랬나 의문을 품지도 않았다. 그저 오른손엔 칼이.. 왼손목에는 칼에 긁힌 상처가 몇 개 보였다...
그저 그뿐이었다. 그리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친구들과'잘가' '내일봐' 웃으며 손 흔들고는 집에 들어가 눈을 감고 한 시간여 동안 소리없이 울었다.

오늘 다시 나도 모르게 한 이상행동은 무엇때문이었을까..
최근 뭔가 많이 지친다는 느낌이 들긴했지만.... 또 그때처럼 무언가 짓눌린 감정이 있었던걸까.......
내 주변에 펼쳐지는 모든 상황상황이 미치도록 답답해 차라리 미쳐버렸으면하고 바랬던 여고시절이 생각났다.
최근 뭔가 답답한 느낌이 그 시절 그 느낌가 맞닿아있다고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다만, 그 시절은 그래도 뭔가 희망이라고 부를만한 게 있다고 느꼈거나, 아니면 아직 어려 세상에 대한 미련이 더 컸나보다.
미치길 바란 걸보니...
최근 끝도없이 오락가락하는 감정의 기복을 느끼며 드는 생각은 그저 어서 빨리 죽고싶다는 생각뿐이니까...

지치고, 지치고, 지치고.........
대체 왜 나란 인간은 이렇게나 비정상적인 것일까...
어떻게 하면 보통의 사람과 가까워질 수 있는거지?
무얼 배우면 되는걸까..
무얼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왜 나는 같아질수 없음을 깨달으면서도, 조금이라도 닮으려고 애를 쓰는 걸까...
차라리 끝까지 무디고 또 무디어서 그 조차도 눈치를 못채는 바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고민하고 닮으려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같은 것을 느끼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내일은 또 아무일도 없이 웃을것이다.
그리고 또 하루종일 오락가락하는 기분속에서 우울한 오늘의 생각을 또 반복하겠지...

세상 사람들도 다 나 같을까?
진심으로, 신이 있다면 정말 진심으로 바라니...
보통 사람이 되고 싶다.
그들이 바라는... 그런... 보통의 사람이 되고 싶다...
주변 누구나 한다는....... 그걸....... 왜 나는 못하는 걸까...........
역시.. 난 정말 잘못태어난 인간인건가............ 그렇다면...... 태어나도록 하지 말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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