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TL 시네마 당첨으로 기대하던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봤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폴 팀 결승전 경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내 성향이 그런지, 올림픽 효자종목인데, 극히 인기가 없는, 마이너 종목 경기를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졸린 눈 비벼가며, 중계조차 결승에나 가야 해 주는 찬밥 신세의 경기들을 몽땅 챙겨봤다. 핸드볼도 예외는 아니었고.... (마이너에 해당하는 종목 중 양궁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그런데, 학창시절 실업팀 중계는 2시.. -_- 그나마 백수시절과 학교다닐적에는 챙겨 보기라도 했지, 지금은.....OTL)

1. 흔히 하는 말 중에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정말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었던 명승부를 영화로 만들었다기에 호기심이 일었다. 어떤 감동의 도가니탕 같은 기대를 하고 본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게는 '잘 포장된 평범한 상업 영화의 한 부류' 랄까...
분명, 이 영화는 스포츠 영화는 아니다. 영화 선전 방향은 마치, '감동의 스포츠 신화 스토리' 처럼 포장되어 선전되고 있지만, 실상 뚜껑을 열어보면 '인간극장' 에 근접한 포맷이다. 스포츠 영화, 세계 최초 핸드볼 소재의 영화라고 선전하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 경기 장면은 준결승과 결승이 전부이다.

게다가, 각 캐릭터 구성에서 가장 핵심인물이 되는 한미숙(문소리)분은 너무 식상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었다. 늦으막에 전성기를 맞이해 국가대표로 뽑힌 김지영이나, 대안이 없어서 뽑힌 골기퍼 조은지역, 감독대행으로 왔으나 이혼 경력이 문제가 돼, 경질되고 돌아갈 팀이 없어 결국 대표 선수로 눌러 앉는 김혜경(김정은)등은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하지만, 사업을 벌리려다 망하고, 빚쟁이에게 쫓기는 미숙역은 너무도 작위적인 설정이 아닌가 싶다. (특히, 결승전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그렇게 상투적이고 작위적일수 없다.)

2. 극의 중심을 선수들간의 갈등과 화합에 두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더더욱 카타르시스가 느껴져야 할 (비록 진 경기라 하더라도..) 올림픽 경기장면이 아쉽다. 여기저기 영화 프로그램에 소개된 것을 보면, 선수들을 조금이라도 진짜 국가 대표 핸드볼 선수로 보이게 하기 위해 열성을 다해 훈련을 시킨 것으로 아는데, 그 노력들이 크게 화면 안에 나타나지 않는다. 사실, 캐릭터들의 심리묘사를 위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는 클로즈 업 신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혜경이 강조한 '핸드볼은 팀 플레이다!!' 를 짜릿하게 느껴볼 만한 경기 장면 구성이 보이지 않는다. (이건 내가 워낙 중계화면에 익숙해서일수도 있고.. 게다가 기억속의 결승장면은 그야말로 온 몸에 소름 돋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흥분 그 자체였으니까..)

그리고, 전체적인 영화 배치선상에서도 실제 경기장면들은 너무 늦게 배치가 된다. 그야말로 '제작비 문제로..'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별 예선등의 경기가 모두 생략된 채 바로 준결승과 결승이라는 건........ -_-
너무 늦은 경기장면 배치와 더불어, 아무리 다 아는 결과라지만 긴장감이 많이 결여된 경기장면은 옥의 티 중 하나다.

3. 그렇다고, '이건 스포츠 영화지만, 사실 휴머니즘 영화야!!' 라고 우긴다 하더라도, 그걸 나름 뒷 받침 해 주고 있지도 않다 생각된다. 앞서 말했듯이, 비 인기 종목의 운동선수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달픔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몇몇 작위적인 설정으로 인해, 대중에게 크게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하다. 오히려 내가 크게 공감한 대목은 영화 첫 시작 장면인 '텅 빈 관중석' 이다. (배구 경기를 보러 갔을때 그나마 배구가 잘 나간다는 그 때에도 그야말로 썰렁 그 자체였던 관중석을 여러번 경험 해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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