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공부겸 현재 보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최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덕분에 원작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중인 것 같다.
흐릿한듯 하면서도 섬세한 그림체에 사람의 외로운 감성을 잘 자극하는 작가였는데, 나츠메 우인장을 계기로 작가의 예전 작품들이 하나씩 공개가 되는 게 기분이 좋다.

원작자 미도리카와 유키의 작품으로 처음 본 것은 듣는 순간 사람을 매혹시키는 목소리를 가진 소년이 주인공인 붉게 피는 소리..
왕위 계승권자보다는 좋아하는 여자아이와의 평범한 삶을 원했던 어느 불운한 젊은 왕과 그의 소꿉친구, 그리고 여기에 희생된(?) 거지왕(? 풋..)의 이야기인 진홍색 의자, 그리고 요괴들과의 내기로 이름만 받아적은 뒤 나몰라라 튀어버린 집안 할머니때문에 대박 고생하는(?) 감수성 여린 미소년의 이야기 나츠메 우인장.. 이 세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어있다.

세 작품 모두 감성충만하고 싶을때 읽으면 참 좋은 작품이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들 중 최근 연재작 (현재 연재중) 나츠메 우인장이 총 13편으로 1기가 완결되었고, 내년 2기가 방영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6번째 에피소드까지 보았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을 보는 능력때문에 부모를 잃은 뒤 친척집을 전전해야했던 나츠메..
그러다 먼 친척뻘 되는 시골 아주머니댁으로 오게 되고, 그곳에서 할머니 나츠메 레이코의 '우인장' 을 발견하게 된다. 조용하게 있는 듯 없는 듯 살길 원하는 나츠메에게 우인장으로 인해 하루하루가 '이 세상것이 아닌 것' 들과의 소동으로 정신없이 보내게 되는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보통 이런 내용을 가지면 퇴마물이지만.. (그리고 실제로 퇴마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인다' 는 사실에 대해서 깊이있게 성찰하지도 않는다는 평을 보았다.) 정확히 이 만화가 지향하는 것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외로움' 이 아닌가 한다.
사건의 발단이 되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능력' 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고립시킨다. 나츠메 레이코 역시 그런 탓에 꽤나 괴팍한(?) 성격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인간과 어울리지 못할 것 요괴들과 내기를 통해 '이름' 을 뺏는 것이다.

'이름' 이라니..
굳이 김춘수 시인의 꽃을 들먹이지 않아도, 누군가가 불러줬을때 그 의미가 있는 나를 가르키는 사회적 호칭..
그 이름을 레이코는 내기를 통해 얻고 우인(友人)장에 기록하지만, '한번도 불러주지 않는다.' 자발적이었건 강제였건,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있기 원하는 자신의 이름을 빼앗기고, 불리지도 못하는 요괴들의 한은 점점 커져간다.

'불러주지 않을거라면 이름을 돌려줘!!!!!!!!!'

같은 종인 인간으로부터 소외를 당해 그 외로움을 잘 알고있는 레이코가 타인에게 또 다른 외로움을 선사하고마는 아이러니를 1회에서 찾아볼수가 있다. 결국 '자신의 외로움을 위해' 우인장을 만들고 그곳에 적힌 요괴들의 이름을 보며 자기 위안을 삼았던 레이코인 것이다. 레이코의 손자가 돌려주며 불러준 그 이름에 광폭하던 요괴는 비로소 처음 그녀에게 이름을 넘길때의 마음을 되찾고 묻는다. '레이코 이제 더이상 외롭지 않은거지?'

이 중요한 첫 소동으로 인해 나츠메는 그동안 '보인다' 는 것에 대해 극히 무관심하려고 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어릴때부터 '보인다'는 것으로 인해 고립되고 소외당한 나츠메는 애써 보이는 것을 부정하지도, 그렇다고 긍정하지도 않는다. 적극적으로 어떤 일을 해결하려 하지도 않고, 그저 '보이는 현상에 대해 인지만 할 뿐' 이다. 나는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본 것이 과연 정말 존재하는 것인가..'
뿌리가 흔들린다면, 그냥 침묵하면 되는 것이다. 긍정도 부정도, 행동도 필요없이...
누구와도 나눌수 없는 나의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고, 돌아보며, 살아있는 것들의 외로움을 따뜻한 시선으로 관찰하는 이야기가 바로 나츠메 우인장인 것이다.



'다정한 것은 좋습니다. 따뜻한 것도 좋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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