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아빠 생신을 맞아 온 식구가 백화점 나들이(?)를 하며 선물을 골랐다. 그러다 뜻하지 않게 생긴 썬글래스...

어릴떄부터 안경을 썼던 터라 별로 인연이 없는 물건이기도 했고, 워낙에 콧대가 낮아서 일반 안경도 미끄러지는데 썬글래스는 더해서 아예 생각지도 않았던 물건이다.

 

아 빠 생신선물로 난 여름 옷 한벌을.. 동생은 아빠가 가지고 싶어하시던 썬글래스를 선물했는데, 갑자기 아빠가 내게 선물하겠다며 썬글래스를 하나 골라보라지 않는가... @_@ 오호~ 동생 제쳐두고 선물 받아보기로는 처음이라 당황열매를 잔뜩 먹은데다, 원래부터가 관심없던 물건이라 더더욱 고르지 못하고 올케의 의견을 담아 그냥 기본으로 골랐다.

 

이때에는 매주 주말 공연으로 출근중이어서 땡볕에서 눈건강을 좀 챙기라는 뜻으로 사주신거였는데, 애석하게도 담당 팀장님은 복장규제가 아주 심하신 분이셨다.. 훗...(오 죽하면 개인적인 옷을 사는데 출근복장으로 적당한지 아닌지를 따졌겠는가.. 보다못한 부모님께서는 '네가 옷을 과하게 입는 스타일자체도 아니고, 부모도 뭐라 않는걸 팀장이 뭐라고 관리질이냐고 한소리 하셨더랬지.. 동생역시 그 얘길 듣고 본인 연구실에는 핫팬츠 입고 출근하는 사람들 투성인데, 누나 복장이 과한 복장이면 그 사람들은 벗고오는 거라고 얘길 할정도..;;)

당 근 썬글래스따위 근무하는 동안 한번도 못 써봤다. 한옥마을의 그 타죽고 쪄죽을것 같은 날씨에도 반바지 한번 못입었었고, 단체티셔츠 외에는 그 어떤 옷도 허용되지 않는.. 내가 고등학교를 다시 다니나 싶었던 일상이었기에 눈이 부시건 말건.. 자외선이 내리 쬐건 말건...

뭐, 이미 눈은 양쪽 모두 비문증이(심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있는 상태이고, 여름에도 안구건조증을 달고 사는 이미 버린 눈 상태였기에 선물 받고도 있는둥 마는둥...

 

얼마전에 퇴사하고, 운전을 하며 잠시 썬글래스를 써보니.. 오오... 우리집 방향이 서쪽이라, 매번 해질무렵에 운전할적에 무척 눈이 부시고 피곤했는데, 참 좋구나... 새삼 썬글래스의 위엄을 깨달았다.

그 치만 워낙에 콧대가 낮아서... 일반 안경보다 알도 크고 무거운 썬글래스는 계속 흘러내리고... 화장은 다 묻고.. 여러모로 조금 귀찮고 불편한건 사실이다. 그래도 통산 아빠에게는 네번째로 받은 선물이니 겨울이 오기전에 열심히 쓰고 여행 좀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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