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전주에선 아시아 태평양 무형문화유산 축제가 열렸다.
전주한옥마을에서 처음 열린 축제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무형문화유산의 맥을 잇는 장인들을 초청해 그들의 문화와 예술을 살피고, 앞으로 2013년 전주에 들어설 무형문화유산전당의 기공식이 열리기도 했다.
그에 관해 살피러 나갔다가 새로운 카페가 들어선 것을 발견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여행 마닐마닐..'
전주 한옥마을 태조로변에 있으며, 고신 찻집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다.
예전 한옥마을에서 근무할적에, 이 공간은 다 쓰러져가는 오래된 집에, 온갖 잡동사니와 쓰레기가 뒤엉킨 곳이었는데, 어느새 이런 멋진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포근한 인상의 주인께서 살갑게 맞아주신다.
안쪽공간에 들어서니, 오래된 가옥과 나무로 지어진 집 답게 포근함을 자랑한다. 당시 햇빛은 좋았어도 바람은 만만치 않아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이 좁아 대부분의 자리가 창가였고, 우리 역시 창가에 자리를 잡았지만 찬바람이 불어대는 바깥에 비하면 정말 따뜻하고 멋진 공간이었다. 얼마만큼 보온이 잘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원하게 뚫린 창을 바라보며 한 겨울 눈이 쌓이면 정말 멋지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카페 공간은 그리 크진 않지만, 테이블과 1인석 등이 잘 갖추어져 있어 여행하다 지친 몸을 쉬기에는 적당한 공간이다.
차를 마시며 이것저것 물어보니 75년된 집을 직접 개조하셨다고 한다. 사진상에 보이는 기둥은 낡고 뒤틀려 제거할까 하셨지만, 아래에 지지대를 받쳐주고, 나무를 쓰다듬었더니 신기하게도 다시 생명력을 갖추며 잘 버텨내주었다고 한다.
그 설명을 들으며 이리저리 둘러보니, 윗 쪽으로 집이 처음 지어질때 지붕을 올렸던 상량이 보였다.
몇년인지 적혀있었는데.. 사진 정리에 미적거리다보니 잊어버렸다.. 이놈의 기억력...orz
상량을 보면 '용' 자와 '호'자가 적혀있는데, 실제 한옥마을의 방위에 맞춰져 있음을 알수 있다. '용' 은 동쪽을.. '호'는 서쪽을.. 그리하여 카페의 문이 있는 쪽은 북이며, 전면 유리와 카페의 마당이 있는 곳은 남쪽이다.
커피캡슐로 카페 이곳저곳을 장식해 두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여행....
남쪽의 창으로는 이런 낙서가 그려져 있고...
개미일까??
바깥으로는 날이 따뜻하면 이용할 생각인 듯 테이블 2개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마당..
아직은 정리가 덜 된 모습이다.
꽃을 심어 정원으로 가꾸려 하였으나, 바닥이 질퍽하여 여러번 다지고 있는중이라 하셨다.
바닥이 잘 손질되어 뜻대로 꽃을 심게 된다면 여름에 아주 멋진 모습을 구경할수 있을 것 같다.
그 동안에 아직은 밋밋하니, 벽을 통해 전시공간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몸을 녹이기기 위해 차를 시켰다.
따끈한 메밀차를 부탁드렸더니..
이렇게 예쁜 꽃이 피어있는 포트와 잔을 주신다.
이렇게 조그마한 포트를 구하는게 목표인데.. 어디서 구할수 있을까...
사무실에서도 차를 우려 마시고 싶은 마음에 계속 이런저런 티포트를 구경하는데도 마땅한게 없다..
카페 쥔장들께선 어디서 이런 예쁜 포트들을 구하시나....
일행이 시킨 아메리카노도 일반적인 커피잔이 아닌 청색 머그컵에 담겨 나오니 또 다른 느낌이다.
구수한 맛의 메밀차...
다 마시자 한번더 물을 리필해주셨다. ^^
그리고 서비스로 주신 생초컬릿..
푸른 접시도 예쁘고, 포크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저 파랑 접시는 어디서 구할수 있을까...
나도 여자사람이긴 여자사람인듯.. 그릇 욕심이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몸을 녹이는 동안, 한옥마을을 다니던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한번씩 카페를 방문했다.
어떤 장소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문을 열고 들어와 쉬었다 가시라는 사장님...
작년 한해동안 고생하며 만든, 그리고 지금도 만들어가고 있는 공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이런 공간이다보니, 찾는 사람들 역시 마닐마닐에 대한 그 애정을 오롯이 느낄수 있는게 아닐까...
실제로 다녀가신 분들 중 카페가 마음에 들어 싸이에 클럽까지 만드셨다고 한다. 연말에는 마닐마닐을 사랑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조그마한 전시를 할수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품고 계셨다.
한옥마을에 이런저런 많은 공간들이 생기고 있지만, 출퇴근하며 늘 봤던 그 어지럽던 공간이 탈바꿈한 이곳을 더 사랑할 것 같다.
덧붙임..
마닐마닐의 뜻은 '말랑말랑하다' 라는 우리의 옛 말이라고 한다.
위치
전주 한옥마을 태조로 고신 찻집 옆, 혹은 중앙초등학교 맞은편, 혹은 편의점 맞은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