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지는 몰라도, 선물로 들어온 화분이 있었다.
흔히들 그렇듯이, 몇년정도 지나니, 관리 소홀등으로 인해 병들었다.
그래서 엄마가 꽃대를 잘라버렸는데.......
이사하고 보니, 베란다에 놔둔 화분에서 봉오리가 생기더니, 이윽고 꽃이 피었다.
별 신경도 쓰지 않았고, '피었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엄마의 '죽은줄 알았는데, 꽃이 피네..' 라는 말을 듣고 찍어본 것이다.
보면 역시 그냥 죽어가는 생물은 없는 것 같다.
화분을 사기보다는 아버지께서 선물로 받아오시는게 많은데, 재밌는것은 난이며 고급스러운 화분을 들여오시고, 남이 가꾼걸 보기만 하실뿐 직접 가꾸시지는 않는다.
-그러시면서, 화분이 죽거나 하면 귀한걸 가져왔는데, 관리를 잘 못하신다고 투덜거리실때가 있다.-
이런걸 보면, 엄마가 참으로 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겠더라.
젊을적부터 겉 모습은 칼 같은 커리어우먼에 가까운 엄마가, 의외로 여성스러운점이 많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화분을 잘 키우시는걸 보면 늘 신기하다.
아무리 선물로 들어온거라지만, 평소에 관심이 있지 않으면 잘 기르시는건 무리지......
함께 길을 걷더라도, 길가에 꽃을 보고, '꽃이네~' 라며 무심히 지나가는 딸년과, '어머~ 벌써 이런 꽃이 피었네...' 라며 향을 맡아보시는 엄마.....
그런 엄마를 볼적마다 어릴때부터 신기하곤 했다.
나는 그런 엄마가 신기하고, 엄마는 이런 내가 이해되지 않고...
'어떻게 젊은애가 꽃을 봐도 심드렁하니? 네가 20대 여자애가 맞기나 하니?'
그도 그럴듯이, 누군가 내게 꽃을 선물해주는걸 질색하는데다, 정히 꽃을 선물하고 싶다면, 물을 자주 줄 필요가 없는 종류의 미니화분을 선물받기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의 말처럼 감수성이 메말라서는 아니다.
나도 여자요, 사람인데, 곱고 이쁜것 보고 동하지 않을리는 없지 않은가......
다만 꽃다발이 싫다는 거다.
그리고 여자아이면 으레히 꽃을 좋아할거라는 그런 시선도 싫다.
화분으로 생명을 가지는거라면 모를까, 이미 꺾이어 사람을 위해 한때의 아름다움만을 뽐내고 시들어가는 꽃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또 지극히 메마른 감성으로 시든 꽃 처리하는것도 고역이다.
엄마처럼 아기자기한 손재주가 있는 편이 못되니, 시든 꽃들을 모아 이쁜 방향제로 쓴다거나, 웹에서 보는 사람들처럼 아기자기한 엽서나 카드를 만든다거나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게 된다.
또, 꽃다발은 받는 사람의 취향을 반영하지도 않잖아.....
서로 잘 아는 사이라, 좋아하는 꽃들로만 구성된다면 모를까, 흔히들 좋아한다는, 대중적인 인기의 꽃들로 다발이 묶여져 오는데, 문제는 그 대중적인 꽃다발을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꽃 선물이 들어오면 참으로 난감하다.
심드렁한 반응을 보낼수도 없고, 그렇다고 오버하며 기뻐할수도 없고.........
기껏 선물해줬는데, 알레르기를 보일수 있는게 또 꽃이고 말이다.
어쩌다 얘기가 여기까지 왔나.......
그냥 별 생각없이 죽은줄 알았던 화분이 꽃을 피워 찍어본것에 불과하다.
두장은, 일반 모드로 찍고, 나머지는 모두 접사로 찍은 것.......
물방울들이 보이는게 접사로 찍은 것, 물방울이 없는 사진 두장이 그냥 일반 모드로 찍은 것.
그런데, 내가 봐도 뭘 접사로 찍고, 뭘 일반 모드로 찍었는지 모르겠다. -_-
카메라가 좋으면 뭘하는가.......
찍는 사람이 정말 무심하고 심드렁한 인간인걸....... 배울 생각도 없고...... ( '')
가끔 같은 기종으로 엄청난 작품 사진을 찍는 사람들 보면, '신' 이라는 생각이 든다.
똑딱이 무시할게 못된다니까......
뱀발 1 날짜는 19일로 되어있는데, 20일에 찍은 것이다.
뱀발 2 가을이 되니까 소국 화분을 사고싶다.
나, 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안개꽃과 국화는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데, 그렇게 말해줘도, 매번 선물해주는 사람들은 장미꽃과 프리지아만 왕창 안겨주더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