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없이 응모했던 인터넷 한겨레 불의 검 공연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덕분에, 비싸서 군침만 흘리던 뮤지컬 불의 검을 볼수 있는 영광을 누렸으니...
가히 올해 최고의 대박이 아니었나 싶다.


공연장인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


공연장 입구의 포스터.. 흔들렸다. 그러나 따로 찍어둔게 없어서...ㅠ.ㅠ
홈페이지와 더불어 가장 부러웠던 것 중의 하나.
만화라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지우려했던 바람의 나라보다, 원작의 일러스트를 십분 이용해 멋들어진 포스터를 만들어낸 뮤지컬 불의 검... 정말 부러웠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가지고 싶지도 않았던 바람의 나라 포스터와는 달리, 카에루레아님이 포스터를 받아오셨다.


공연장 로비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거대한 현수막..
눈길을 확 사로잡았다.
정말 부럽고.. 또 부러웠다. 이 앞에서 카에루레아님께 사진 찍혔다. -_-;;;;


9월 28일 저녁 8시 공연 캐스팅...
가라한 아사와 산마로 역에 최민철씨.
아라역에 홍금단씨.
수하이역에 서범석씨...
온구트는 인터넷에서 보았을때 박철호씨로 알고 갔으나, 현장에선 다른 분이셨다.

뮤지컬을 보기 전 홈페이지에서 관련 자료들을 볼때 뉴스에 소개된 임태경 - 이소정보다는 더블 캐스팅된 쪽이 더 관심이 갔다. 원작과 캐릭터에 대해서 잘 이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벤트 당첨 소식을 알고는 내심 더블 캐스팅쪽의 공연을 볼수 있기를 원했었다. 그리고 운이 무척이나 좋았다.
당일 저녁공연과, 그날 새벽 KBS2 텔레비전의 '문화 스페셜'을 본 결과 민철아사와 금단아라쪽이 원작에 가까웠다.
좋은 공연을 본 것이다.


공연장 내부.. 막이 오르기 전..
실상은 초대권이라 좋은 자리일리 없다고 생각했다.
'이 비싼 공연을 이렇게 구경하게 된 것만도 어디인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현장에서 받은 티켓은 무려 9만원짜리였으니... 두번째로 비싼 티켓이었다. 자리 역시 앞에서 6번째줄...
사이드자리라서 '무대 전체를 보는데는 좀 무리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기사에서처럼 그 넓은 무대를 크게 활용하지 않은 극 덕에 바로 앞에서 생생하게 공연을 관람할수 있었다.
-가끔 가려지기는 했으나, 대부분 우리 자리 앞에서 연기를 펼쳐준덕에 '명당자리다...' 라며 카에루레아님과 감탄했다.-



공연전에도...
공연 프로그램을 사서 살피면서도...
공연 중간에도...
공연이 끝난 후에도...
카에루레아님과 계속 '부럽다..' 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선례가 있는고로 뮤지컬 바람의 나라와 비교를 안할수가 없는데, 모든면에서 그저 부럽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바람의 나라는 다시금 공연하기는 힘들겠지.... -_-

공연 감상

작품 자체는 초연이고 원작의 12권에 해당하는 방대한 분량을 겨우 2시간여에 압축했으므로 '원작의 소개' 수준에서 본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내 경우는 대사와 인물들의 표정, 장면 하나하나까지 외워버릴정도로 알고 있었기에, 극이 상당히 비어보여도 '원작에서는 그랬었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아무 탈 없이 넘어갔었으나, 관람후 후기들을 읽어보니, 원작을 접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생뚱맞게 느껴질만한 장면들도 꽤 되었다.

공연 자체에 관해서는 큰 불만은 없었으나, 원작의 사람에 대한 연민이랄까 그런것을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주인공 아라는 꽤 소극적으로 변모해 있었으며,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바리는 그 겉 모습만이 재현되었을 뿐이었다. -나는 바리가 그런 대사를 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_- -
수하이의 죽음도 멋지다기 보다는 조금은 실소를 하게 만드는 면도 있었고....

작품내에서 아쉬웠던 점...

아라가 수하이에게 끌려간 뒤 대사에서 '나는 산마로의 여자야..'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원작의 아라가 한참 축소되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대사가 좀 더 고급스러웠으면 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수하이에게 겁탈 당한 후 다시금 삶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 원작에서처럼 야장간의 망치질 소리에서 얻는 장면으로 바뀌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시간상의 제약이 있다고는 하지만, 죽으려고 칼을 빼들었다가, 금새 집어넣으며 야장일을 가르쳐달라고 하는 것은 아쉬웠다.

바리역시 궁중악사치고는 부르는 노래가 너무 없었다. -_- -그럴수밖에 없었지만..-
게다가 '카르마키의 여자..' 운운한 대사는 최악이었다. -_-;;;
그저 겉모습이 막 지면에서 튀어나온 붉은 꽃 바리인것에만 만족했달까...
원작에서 그의 죽음에 눈물을 한바가지 쏟아냈던 것에 비한다면, 이번 뮤지컬에선 그가 죽지 않음에 눈물을 한바가지 쏟아낼 뻔 했다. ( ..)
그의 일관성 없는(?)행동과, 아무리 시간상 생략할 부분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없이는 산마로란 이름도 없다' 라는 부분에서는 좀 엉뚱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수하이의 죽음도 손을 봐야 할 것 같다.
카라에게서 아라를 구해내려는 명분도 크게 와닿지 않았었고, -공연 관람을 마친 후 어느분 블로그에서 본 글처럼 아라가 목숨을 위협당하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순전히 자기 여자를 돌려주지 않는다고 아라를 탈출시키려는 수하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죽는 장면은 안타까움 보다는 실소가 흘러나오기도 했으니...
'날 용서해 주겠니 아라?' 와 같은 대사보다는 원작처럼 '내가 아주 싫진 않았지? 그런데 그 놈이 조금 더 좋았던거 뿐이지?' 라고 말하는게 더 나았다. 하지만, 원작과 달리 허무하게 죽는 수하이로서는 저런 명대사를 날릴 틈이 없었다. ;;;
그래도, 수하이를 연기하는 서범석씨는 인터뷰에서나 공연에서나 원작의 수하이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2막 시작때 무대 한구석에서 침울하게 서있는데... 그 표정이 어찌나 귀엽던지...
마치 엄마한테 버림받은 아기같은 느낌이었달까... 어떻게 보면 아기가 삐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해서 수하이에게 동정이 가더라...( '')

그 외에...
청산녀는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초반부터 나왔으나, 그 역할이 너무도 미미했던 청산녀....
차라리 과감하게 삭제하는게 나을 뻔 했다.
-어차피 단목다루도 안나오는데 뭘... -_- -

음향...
음향은 정말 너무했다.
이건 공연장 자체의 문제인 듯...

검무....는... 검무가 아니었다. ㅠ.ㅠ
불의 검 명장면중의 하나인 천신제가 나오긴 했으나, 워낙에 인원이 적어서 장엄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검무도 별로였고, 소서노가 무얼 들고나오긴 했으나, 원작처럼 신탁의 불길이 오르는것도 아니었다.
-나는 거기서 불길이 치솟기를 정말 바랬었는데...( ..)-
불길은 포기하더라도, 검무만큼은!!!!!!!!!!!!!!!!!!!!!!!!!

공연은 원작의 장점을 많이 흡수하려고 노력은 했으나, 몇몇 캐릭터에서는 그것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차라리, 2시간여의 공연이라면 다 자르고 아라와 아사의 사랑으로 압축을 하는편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정말 부럽더라....
부럽고.. 또 부럽고.. 크게 성공해서 공연이 계속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지방공연도....ㅠ.ㅠ


뱀발.
공연을 본 사람이 수하이역의 서범석씨가 멋지다는 후기를 많이 올려주었다.
글쎄.. 아마, 태경아사와 소정아라 버전을 봤다면 범석 수하이에게 흠뻑 빠져서 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난 민철 아사버전을 봤다. ( '')
그리고 민철 아사한테 흠뻑 빠져서 돌아왔다. ( ..) 미안해요 범석 수하이.................
그 공연을 보고 새벽에 본 태경 아사는 차라리 바리를 하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_-
어린 아사가 별 탈 없이 잘 자랐으면 초원에서 이름 날리는 목동 버전으로는 태경 아사가 괜찮았을 듯...
딱히 감정표현이 자유로운 산마로의 느낌도 묻어나오지 않아서, 어느 기사에서들처럼 산마로 버전에는 태경 아사가 괜찮다는 말도 하기 어렵다.
-내가 태경 아사 공연 전체를 본게 아니므로 뭐라 단정짓기는 그렇지만...-

뱀발 2.
OST에 민철아사와 금단아라 버전은 안들어간단다...
이런 망할 것들!!!!!!!
더블 캐스팅이잖아!!!!!!!
2CD!!!!!!!!!!!
난 민철아사와 금단아라가 훨씬 더 마음에 든단 말이닷!!!!!!
-그 전에 무엇보다 이 CD는 현장 판매...ㅠ.ㅠ -

뱀발 3.
1막이 끝난 후 중간 쉬는시간에,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카에루레아님은 화장실에 가셔서 못들었지만... 후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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