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에 예매했던 뮤지컬 밑바닥에서를 보았습니다.
고리끼의 소설이 원작이라지만, 중학교때 고리끼의 '어머니' 를 완독하는게 꽤 힘들었던 관계로 원작을 찾아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 ..)
그래도, 뮤지컬 공식 홈페이지가 있어서, 시놉을 대충 파악했고, 어둠의 루트를 통해 OST를 입수, 노래들을 익히고 공연을 봐서 그런지 별로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더군요.
뮤지컬 예매를 하면서 사전정보식으로 네이버에 검색해서 블로그들을 돌아본 결과, 다들 보고나면 '지극히 우울하다..' 라고 평들을 하기에, 조금 걱정한 것도 있습니다만, 상상만큼 심하게(?) 우울하지는 않군요... ^^;;;
-아니, 실은 지금도 우울합니다만은, 단단히 각오를 하고 가서인가, 굳게 마음먹은것 치고는 그리 우울하지 않아서요..-
극 자체는 유쾌하게 흘러갑니다만, 그게 함정이더군요..
공연 내내 사람을 그렇게 업시켜놓고는 막판에 바닥에 패대기 칠줄은 몰랐습니다.
덕분에, '뭐야.. 우울하다더니, 극 전개는 그렇지 않은걸?' 이라 생각하며 즐겁게 보다가 뒤통수 제대로 맞았습니다.
하루하루 고달픈 삶을 계속해 나가는 그들이 잠시 나타샤로 인해 희망을 보았다가 절망으로 가라앉는 이야기..
그들과 함께 잠시 희망으로 마음이 따스해졌다가, 갑자기 희망을 알고 난 뒤의 어두운 절망으로 내동댕이쳐지자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그래도...
비록 배우아저씨는 그리 되었어도, 억지로라도 그들은 여전히 희망을 품고, 언젠가 페페르도 사람답게 살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계속 기원하고 싶습니다.
희망을 안 뒤의 절망이 너무도 무서워서 희망을 독으로 여기고 다시는 그 독을 품지 않으려는 것보다, 후에 무서운 독이 되어 다치더라도 또 다시 희망을 품는 '사람들' 로 기억하고싶어요. 그러지 않는다면 내가 너무 우울해지니까...
배우 아저씨의 일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블라디보스톡의 봄' 을 부르고 있었으니까....
전체적으로 뮤지컬이라는 느낌보다는, 연극적 요소가 더 강하더군요.
연극에 노래가 몇곡 첨가된 기분이랄까....
무대밖의 소소한 점..
1. 프로그램도, OST도 팔지 않았다.
저번 카르멘때는 다 팔렸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아예 준비를 하지 않았다. -_-
있는거라곤 딸랑 팜플렛 하나와 포스터...
-포스터는 받아오지 못했다. 정신이 없어서...-
공홈에 문의해봐서 구할수 있으면 사고, 그렇지 못하면 어둠의 루트걸 굽던가...;;
어둠의 루트에서 구한 OST를 지울까 하다가, '음도 익히고, 공연 보고와서 시디 사면 지우지..' 라며 지우질 않은게 천만다행인것 같다.
2. 공연이 끝난 뒤, 배우들 싸인회가 있었다.
페페르 역의 허성민씨, 나스쨔역에 최은주씨, 나타샤 역에 남궁희씨.
그러나....
소리문화전당측은 대체 무슨 생각이길래, 싸인회를 하면서 줄을 설수 있는곳을 만들지 않는것인가...
덕분에, 완전 엉망진창으로 싸인회가 이루어졌으며, 그 탓인지 싸인회를 일찍 끝내버린 것 같다.
적어도 저지선 하나가 만들어지고, 그 밖에서 줄이 이루어지며 싸인회가 이루어질 줄 알았는데...
어수선했던 탓에 공연 관계자인듯한 사람이 나와, 배우들 식사하러 가야 한다며 끊어버렸다.
이건, 소리전당측에서 잘못 생각한거야.... -_-
덕분에, 나타샤역의 남궁희씨 싸인은 받지 못했다. ㅠ.ㅠ
사람이 빠질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서 받았는데... 막판에 남궁희씨 싸인은....ㅠ.ㅠ
저녁 공연이나, 내일 낮 공연때는 좀더 차분한 싸인회가 되었으면 싶다.
3. 페페르역의 허성민씨...
기럭지가 참으로.....
늘씬늘씬~ 길쭉길쭉~ 하셔서 참으로 보기가 좋더이다.. ( '')
물론 연기도 훌륭하셨고.. 멋지셨다.
게다가, 귀엽기까지 한다. -_-
나참... 이렇게 꽂히는 배우들이 많으면 참으로 곤란한거다. 백수가 말이다!!!!
4. 음향은 정말 최악. -_-
지난번 카르멘을 모악당에서 볼적에 음향이 별로 좋지 못하다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번에 연지홀에서 처음 보는 공연인데, 내가 세어본것만 해도 마이크가 삑삑 울어대는게 4번은 되었다.
그외에 소리가 작아졌다 커졌다 하지를 않나..
배우들이 끌어안고 대사를 할적등에 마이크 울림도 좋지 못했다.
5. 음.. 원래 소극장용 공연인가?
무대가 많이 남더라...
무대 앞을 많이 비우고, 깊숙히 세트가 세워져서, 3번째 줄에 앉았지만, 생각만큼 배우들 표정을 자세히 관찰할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동안 뒤에서 본것에 비하면 참으로 고마운 자리지만....-
연지홀은 무대 앞이 좀 많이 남고, 명인홀에서 했으면 무대 양 옆이 조금 잘렸을 것 같은 느낌이다.
지난 명인홀에서 한 거.평때는 딱 좋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