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후반 화장을 시작하며, 처음에는 간단한 베이스와 립제품이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라인은 커녕 눈썹정리도 안하고, 그냥 간단한 톤보정과 혈색없는 입술에 혈색을 주는 정도였던 화장이, 사회생활 n년차에 접어들어가고, 앞자리의 숫자도 3으로 바뀌면서부터 슬슬 이런저런 메이크업제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절대 손대지 말아야 할  세계인 섀도우의 세계로까지...( '')


눈화장을 시작해볼까? 싶은 생각에서 시작한 섀도우 수집은 발색감이 좋다고 한개,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작은 사치로 푼다며 또 한개.. 야금야금 모으기 시작해 어느덧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내 얼굴에 눈은 두개요 입술은 하나인데, 하나씩 사모으기 시작하는 색조제품은 어찌도 그리 차고 넘치던지... OTL

이걸 언제 다 바르나 싶은 생각부터, 이제라도 정리해두고 이 색조들을 다 사용할때까지 더이상의 색조는 그만!! 이라는 경각심을 위해 팔레트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편으로 지난번 모노아이즈 12구 공용기를 이용한 립팔레트가 있었고, 오늘 드디어!! 섀도우 정리를 끝냈다.

먼저, 아모레퍼시픽의 자발적 노예인 나는 가지고 있는 섀도우가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밖에 없다.

그 런데 같은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통일되지 않는 섀도우 크기로 인해, 공용기 선택에 문제가 생긴것이다. 크기가 더 큰 이니스프리의 공용기에 에뛰드 섀도우를 정리하면 딱 좋겠지만, 이니스프리는 현재 대용량 섀도우 공용기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에뛰드에서 24구 공용기를 팔고 있지만 이니스프리를 정리해 넣기엔 무리..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 유투브에서 학생들이 많이 들고 다니는 플라스틱 파일함과 철지, 고무자석을 이용해 팔레트를 만드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대 학을 졸업한지 오래되어 가지고 있는 파일함이 없는데다, 플라스틱용기를 이용하기때문에 철지라는 새로운 도구가 필요한 탓에 패스 시키고 대신할만한것을 찾아보니, 파버카스텔 수채 색연필의 보관함이 보였다. 그치만 이 친구도 현재 색연필을 보관중이니 패스..

에뛰드의 섀도우 용기보다 싸면서 파버카스텔 틴케이스만한 철제 사각 케이스를 찾아보자는 일념 하나로 검색.. 또 검색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틴케이스는 끽 해봐야 필통정도.. 섀도우 케이스로 할만한 것이 보이질 않았다. OTL

다시 방향을 선회해, 그러면 철제필통으로 조금 큰것을 찾아보자라는 생각으로 검색하는데, 내 눈앞에 딱!! 하고 나타난 그것!!


지나친 검색으로 눈건강과 허리 건강을 해치고 있는 너의 몸뚱아리를 내가 구원해주마!!

라며 나타나신 은혜로운 그것!!!





바로 리락쿠마 3단 철제필통이 되시겠다.

아... 이 심히 귀염귀염하고 아기자기하고, 바글바글한 캐릭터의 향연은 살포시 무시해주자.. ㅠ_ㅠ

3n살 먹고 이런거 쓰기 나도 참 거시기하다..

그래도 크기와 구성을 볼때, 한번에 배열되어 모든 색상을 보기는 힘들지만, 웬만큼 색구성을 한눈에 볼 정도는 되었다.


내부 크기가 19x7x4 정도는 된다는 말에, 각각 26미리, 27미리 정도되는 에뛰드와 이니스프리 섀도우가 한 단에 최소 10개정도는 들어갈것이라 판단되었다.

그리고 가격을 보니, 약 7,000원대. 배송료도 없어. 어머나~ 이렇게 착할수가..

에뛰드의 공용기가 약 16,000원대였던걸 생각하면 이건 반값수준이다. 당장 주문하고 다이소에서 고무자석을 구입했다.

제 발, 너무 유치한 디자인이 오지 않길 빌며....(그렇다, 저렴한 만큼 디자인 선택을 할수가 없다. ㅠ_ㅠ 그치만 너무 귀엽잖아요.. 캐릭터들의 향연이잖아요... ㅠ_ㅠ 쓰다가 도저히 못봐주겠으면 아크릴 물감으로 겉면을 칠해버리던가 해야지.. ㅠ_ㅠ)


그리고 오늘...

명절 배송으로 바쁘다며 경비실에 네 택배를 뒀으니 찾아가렴~ 이라는 H택배에 한번 빡쳐주며 찾아온 리락쿠마 3단 철제 필통.





자, 선생님, 수술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그동안 모아둔 섀도우들을 모두 꺼내주었다.

하아... 얘네들 좀 편하게 가지고 다녀보겠다고 팔레트 사모은 것 좀 보소... ㅠ_ㅠ

그럼에도 무슨색이 있는줄 몰라서 매번 쓰는 팔레트만 사용했었더랬지.. ㅠ_ㅠ


이제 너희들을 모두 새 집으로 옮겨줄게..


사 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다이소에서 천냥을 주고 사온 고무자석과, 철제필통을 소독해 줄 알콜, 섀도우들을 분리할 송곳들이 필요하다. 내 에뛰드 섀도우들은 예전에 나온 제품이라 송곳이 아니라 칼로도 빼줘야했지만.. 그래도 3단팔레트에 정리해둔 보람이 있어 송곳으로 쉽게 쉽게 분리~!!!





분리된 섀도우의 뒷면의 본드를 닦아주고, 고무자석을 붙여준다.

에뛰드 섀도우 케이스는 철제라, 스티커형 자석이 아니라, 집에 있는 일반 자석을 붙여줘도 되지만, 본드가 깨끗이 제거되는 편이 아니기때문에 스티커형 자석을 붙이는 걸 추천한다.


여기까지 작업하면 이제 모든 작업은 끝이다.

나머지는 그야말로 본인의 미적 감각을 십분 발휘하여 섀도우들을 케이스에 붙여주기만 하면 되니까~





방문할때마다 '어서오세요~ 공주님~' 을 외치는 에뛰드하우스 섀도우들을 위한 1단.

가장 자주 사용하고, 발색력도 좋은 제품들이다.

특히 2번째 줄 3번째칸에 있는 리뉴얼 전의 카페라떼는 인생템이라 할만한 것이나.. 리뉴얼 된 너는 왜 때문에...(또르르..)


윗 줄에는 라떼시리즈, 아래로는 펄감이 있는 섀도우를 배치했다. 역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카라멜 라떼와 피치라떼, 그리고 카페라떼.. 모두 리뉴얼 전에 구입한 색들이다. 첫번째 줄 마지막 제품은 카페라떼 우유많이 이다. 리뉴얼된 카페라떼 색이 너무 붉게만 발색이 된다고 해서, 조금 덜한 색감이라는 우유많이 제품을 구입했지만, 역시 원하던 카페라떼 색감은 아니잖아요.. 왜죠? 에뛰드 언니!!

두 번째줄 마지막 제품은 로즈골드 스카프이다. 이제 나이가 있어 핑크핑크한 색상이 부담스러운데, 은은한 골드빛이 들어있어 우아한 분위기를 내준다. 주로 겨울철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지만 출근하던 시절 우아한 화장은 개뿔! 한 겨울에 칼바람 맞아가며 행사뛰는데 우아를 어디서 떨어!! 그냥 카페라떼 하나만 손으로 슥슥 비벼대고 아이라인 그리고 다녔지 뭐!!





두번째 칸은 믿고 안쓰는 이니스프리 색조..... 라는(어흑~ T^T) 이니스프리 섀도우들이다.

믿 고 안쓰지만 그 중에 인생템을 발견했으니.. 바로 윗줄 세번째, 네번째 폭신폭신 캐시미어이다. 다 사용하지도 않고, 한개를 더 구입했을 정도로 베이스 제품으로 굿!! 이다. 위에도 적었듯이 나풀나풀한 치마에 구두를 신는날보다 넘어져도 찢어지지 않는 강철의 청바지와 운동화로 무장하고 자주 출근을 해야 했던 내게 강같은 제품이다. 카페라떼로 음영조차 줄수 없었던 날 그냥 저거 하나만 바르고 라인 그리고 출근.. ( ..)a

네... 안구테러 죄송합니다.. ㅠ_ㅠ


발색력은 같은 아모레 계열이래도 에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섀도우들이다. 특히나 자몽컬러들... ㅠ_ㅠ

몇번을 덧칠해도 색감이 올라오지 않아.. 하아...orz

두번째줄 세번째 카멜 브라운 컬러부터는 발색력이 나오는 편이다. 진한 화장을 하지 않는 나로서는 뒤 두 컬러는 라인이 번지지 말라고 덧칠해주는 용도로 사용하기에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 다써..( '')a




마지막 칸이다!!

이니스프리의 4분할 섀도우와, 3단 팔레트에 넣고 다닌다고 섀도우 분할을 하던 처참한 나날의 산물이 여기에 다 모여있다.

4분할 섀도우는...

음...

음...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그냥 안발려요!!

손으로 발라도 안발려요!!

브러쉬로 발라도 안발려요!!

팁으로 문질문질 거려도 죽어도 안발려요!!!!!!!!!


이런걸 거금을 주고 구입한 그 당시의 나를 멱살잡고 흔들고 싶을 뿐..

힘들게 돈을 벌었으면 좀더 생산적인 곳에 투자하란 말야!!!! ㅠ_ㅠ


그 나마 발색력 좋고, 잘 발리는 카키브라운 4색 섀도우는 오래동안 사용하지 않으니 섀도우들이 다 떠서 바스러지고 있어서 이번에 정리하며 버렸다. 아까워라.. 그거 정말 색감도 예쁘고 잘 발렸는데.. ㅠ_ㅠ 그래서 섀도우들이 다 떠버린건가?

그나마 4색 섀도우들 중, 웜계열에서 베이지와 브라운은 발색이 되는 편이다. 역시나 자몽컬러는 발색력 똥... 지속력 똥..

퍼플계열도 가장 진한 퍼플정도나 발색될까.. 나머지는... 하아...

그런데도 넣어둔건 그냥 스트레스 쌓인 날 퇴근해서 샤워하기 전 평소라면 엄두 못낼 이런저런 메이크업을 시도해보기 위해서이다.

나쁘지는 않네.. 라며 결국 출근할때는 평범한 출근용 메이크업을 한다는 건 안비밀.


분할 섀도우들과 함께 3단 섀도우 팔레트에서 빼내준 팁들을 같이 넣어주었다. 집에서는 가지고 있는 브러쉬로 한다지만 여행갔을때 이 철제통하나만 들고 가면 모든게 해결되도록 정리한 것이다.


가 지고 있는 조그마한 사각 틴케이스가 있는데, 평소에는 화장후 각 섀도우들을 떼어내 붙여 다니면 되기때문에 오히려 케이스나 파우치의 공간 활용이 더 편할것 같다. 스티커형 자석또한 의외로 떼어내기 편해서 섀도우들을 다 사용하고 다른 것으로 교체할때 편할 것 같고, 무엇보다 스티커형 자석이 그렇게 비싸지 않다. 의외로 자력도 강한편이라 붙이고 난 뒤 일부러 흔들어 봤는데, 떨어지지 않고 잘 붙어있었다. 가방을 험하게 가지고 다니지 않는 이상 크게 문제 없을 자력이다.


이렇게 가지고 있는 섀도우들을 모두 정리하니, 정말 시원하구나..

그리고 이 제품들을 다 사용할때까지 색조는 이제 그만... ㅠ_ㅠ


어차피 너님의 눈은 두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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