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을 놓쳤다.
부활을 처음보시는 아버지가 계속 말을 걸어서...
그 엄청난 설정과 복선들까지 얘기해드리느라, 정작 본편을 절반 이상을 놓쳤다. -_-

부활이 끝나자마자 당장 한빛 전주방송국 자체 채널을 뒤져서 언제 재방하는지 알아냈다.
구린 화질이라도, -방송사 송출시는 HD 드라마지만 일반 송출도 해준다. 하지만 직접채널은 그렇지 않다. 위 아래로 길쭉한 화면이 나온다.- 스토리를 이해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스카이 드라마에서 방송해줄때까지 기다릴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늘 예고편에 아주 제대로 걸렸다.
'이거 나줘'
'안돼!'

푸하핫! 요상한 진우녀석 멜로를 집어넣지 않고 지금 이대로만 간다면 나 작가님 빠순이 노릇을 자처하겠소!!


이렇게 씨뿌리기를 좋아하는 작가이니, 대사 하나하나를 새겨듣지 않고서야...
상당히 만화적 작법을 쓰는 작가다.
이제까지의 웃기지도 않는 드라마 작가들과는 달리...
씨를 뿌리고, 그것을 바로 거두는 것이 아니라, 몇회 지난 후에 거두어 들이는 센스를 발휘해 주고 계시는데...
덕분에 보는 즐거움이 크다.

부활은 흔히 있을수 있는 복수극이다.
한 인간이 부조리한 힘에 의해 꺾이어지고, 전혀 다른 인물로 새롭게 부활해, 권력형 비리에 맞선다.
그러나, 흔한 소재를 어떻게 버무려 음식을 내어놓느냐에 따라서 먹는 사람의 입이 즐거워 지는 법이다.
천천히, 차근차근 복선을 깔아가며, 시청자들에게 추리의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몇회 뒤에 착실이 그 씨를 거두어 들인다. 그때마다, 매 회, 텔레비전 앞에서 꿋꿋이 자리를 지킨 시청자들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그리고 작가가 뿌려놓은 또 다른 씨앗을 찾아서 두리번 거리게 되고...
요즘 드라마들처럼, 시청자가 직접 줄거리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그럴 여지가 없다. 그런 여지를 주지 않더라도, 작가가 얼마나 치밀하게 스토리를 계산하느냐에 따라서 즐거움은 어디에서든지 찾을 수가 있다. 난 이런 드라마를 원했다. 이런 드라마가 좋다.
만화처럼, 차근차근, 천천히, 몇번이고 씹고, 음미하고, 그러면서 정글같은 작가의 머리속을 직접 헤집고 돌아다니는 듯한 즐거움.
이런 것을 느껴보고 싶었다.

아쉬운점을 전혀 찾아볼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장족의 발전 아닌가?
어떤 카툰처럼, 배경만 다를 뿐 어디서건 사랑만 하는 대한민국 드라마에서 말이다.

9화에서부터 등장하는 -1~4화까지는 보지를 못해서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화면을 이중으로 분할하는 장면은 언제봐도 멋지다. 긴장감도 더하고...
오늘 강주와의 전화통화때의 연출은 정말 대단했었다. 두 인물의 상반된 그 모습과 대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드라마는 꽤 만화적 컷 분할을 사용하고 있다.
결정적이거나, 중요한 장면에서 화면에 일부러 선을 넣어가며 이중으로 나누는 것이나, 긴장감 있게 인물을 클로즈업 하는 방식이 꼭 만화에서 인물의 얼굴을 여러컷으로 나눠가며 그려주는 것을 연상케 한다.
-진님 만화에서 늘 등장하는 캐릭터의 눈부분만 가로로 계속 나눠 그려넣는 것과 같은 것 말이다.-
뭐, 이건 내 개인적인 느낌이니...

이야기가 점점 흥미있어진다.
복수의 전초전으로 지난주에 허서장을 잡아 은근슬쩍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하은..
1~6회 분량이, 하은이 자신이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추리의 즐거움을 주었다면, 이제부터는 왜 자신이 그런 굴곡진 운명을 살아야 했는가를 밝혀가고 있다.

'왜'
이것을 하은도,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함께 찾아가는 즐거움이 남았다. -다 밝혀진 셈이지만..-
그리고, 시청자는 알고 있지만, 극중인물은 그 '왜' 와 함께, 하은의 흔적을 더듬어 진정한 하은을 '다시 찾아내기' 를 하고 있다. 이 즐거움도 무시 못하는 것이다.
복수의 완성과, 하은을 찾아내는 것...
아직도 부활에는 먹을거리가 즐비하다...
다시,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거움으로 바꿔, 다음 요리가 나오기를 기대해야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