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지기 친구가 순천 집에 돌아와있다는 말에 만나러 오랜만에 순천에 갔다.
4년전 겨울에 순천만에 간 이후로 참으로 오랜만이다...

순천은 참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기차타고 지나는 그 길목 하나하나는 떠나올때 모습 거의 그대로더라...
어릴적 익숙했던 아파트, 맨션, 옛 집..(멀리서 들리는 기차 기적소리에 잠을 깨곤 했던 우리집...) 지금도 눈 감고 찾아갈수 있는 친구 집 등...

북적거리는 토요일 만원 버스가 싫어서 친구와 열심히 걷던 그 길은 아주 많이 달라져 있었지만...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걸어가던 그 길거리에서 유일하게 경관 조성사업이 비켜간 옛 학창시절의 버스 정류장의 모습을 봤을때.. 친구 앞이라 반가운듯이 웃었지만, 분명 혼자였으면 울컥~ 했을 것이다...

4년전 공사중이던 역사는 크고 멋진 신식 건물이 돼 있었지만, 여전히 철도교통의 요지(ㅎㅎ 초등 지역 사회 교육의 결과...)답게 각자의 행선지로 떠나는 기차는 여전했다. 전주의 역보다 훨씬 더 익숙하고 마음 편한 역사다.. 아무리 신식으로 바뀌었어도...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고 공고생들에게 혹시 치마 안이 보일까 단속하며 오르던 여전한 육교를 지나, 하나도 변하지 않은 아파트... 학교담을 허물고 안전하게 인도를 낸 것 외에 하나 변한것 없는 그 좁은 언덕길을 지나 모교를 방문했다...

깜깜한 새벽에 인도도 없던 그 좁은길을 차를 피해 조심스럽게 학교로 등교해 교문을 두드리며 수위아저씨를 깨우곤 했었는데...

4년전에도 버스타고 지나며 본 내 모교...
그때도 뭔가 많이 변했구나.. 싶었지만, 다시 찾아가니 방학을 맞아 한창 공사중이었다. 
강당도 생기고, 급식실도 생기고.. 그래도 왼편으로 보이는 본관... 그리고 체육대회때 자리 차지하고 응원하던 등나무로 덮인 스탠드.. 정말 시원하고... 더운 여름에는 체육시간에 저기에 앉아 노닥거렸는데...

건물이 들어선 덕에, 대각선으로 달려도 겨우 100미터가 될까 말까 했던 좁은 운동장은 더 좁아졌다...

스탠드와, 본관 교사...
전광판이 하나 생겼다...
저 옆이 바로 내 교실이었는데... 
졸업식때 밖에서 아빠가 날 부른다는 친구 말에 머리를 넘기며 빼꼼이 내다보는 모습을 순간포착한 그 추억의(?) 건물... 

우리가 학교를 다닐 당시 본관이었던 건물과 별관을 꺅꺅 거리며 돌아다녔더니, 현재 학교를 지키는 분께서 어떻게 왔냐고 물어오셨다. 보통 학교를 찾아가면 고등학교를 많이 가는데, 중학교를 찾아오니 신기하셨나보다...
우리는 초등학교 1학년 내가 전학온 이후로 중학교까진 함께였지만 고등학교는 갈려서... 함께 추억을 할 곳이 이곳이었는데...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즐겁고, 행복하고, 늘 돌아가고 싶은 때는 바로 이때다..(고등학교는... 말 말자.. 악몽의 3년이었다.. 유치하기 짝이 없었던 중3 담임이 복수 아닌 복수로... 학교를 방문하기 전 과거 얘기를 하다 결국 친구와 내린 결론은 교사 같지 않았던 담임교사의 유치 찬란하기 짝이없던 복수였다..란 얘기였다...ㅋㅋ) 

날이 많이 풀렸다지만 아직도 더운 날씨... 많이 덥지만 않았다면 좀더 학교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을텐데...
본관 교사에서 문이 열린 저 교실은 친구의 교실이었는데, 한창 공사중이었다.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그리고....
정말 놀라다 못해 눈물 나올것 같았던 이 곳!!!
세상에... 졸업하고도 대체 몇년이 지났는데.. 어쩜... 간판 하나 바뀌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토요일이고 방학이라 문이 잠긴듯 해 가보진 못했지만... 세상에 저 문구점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이곳에서 가끔 떡볶이도 사먹고 했는데... 야자 시작하기 전에 군것질거리도 참 많이 했었고...

멀리서만 보고 문이 잠긴것 같아 가보지 않았는데.. 한번 가볼걸...
저 문구점에서 진님이 그린 일러스트 노트며, 좋아하던 만화 작가가 그린 수첩, 파일홀더 등을 열심히 모은 용돈으로 사던 기억이 났다.


더운 날씨덕에 추억여행은 여기까지...
친구와 학교를 배경으로 셀프 사진을 찍겠다고 더위에 땀 흘리며 한바탕 쇼를 한 뒤, 호수공원(내 기억엔 강남여고 저수지.. 혹은 조례 저수지..)로 옮겨 카페에서 한참 노닥거렸다.

이번에 순천에 다녀오니, 올 가을, 겨울쯤에 한번 더 순천을 다녀와야겠다..
비록 그때 친구는 곁에 없지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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