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한도전에 대한 리뷰를 적을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나는 무한도전을 즐기지 않는다. 이건 그냥 철저한 개인의 호불호에 대한 것이고, 무한도전에 대한 악감정은 없다. 다만 관심주제가 나올경우 시청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더빙특집을 한다기에 오랜만에 본편과 함께 더빙된 영화 비긴어게인도 챙겨보았다. 사실 더빙된 영화까지는 볼생각이 없었지만(비전문가의 더빙은 그냥 괴로울 뿐이라서..), 논란 아닌 논란이 벌어지길래, 보고서 판단하자라는 생각에 챙겨본것이다.


1. 일단 무한도전 본편이 더빙의 세계에 접근하는 방식은 꽤 진지한편이었다. 지금까지 연예인 더빙이 아예 없었던 편도 아니었으며, 또한 2000년대 초반부터는 '성우 특유의 억양이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이게 변명거리가 되는게 지극히 개인적으로 이해는 안가지만)' 로 비전문 성우들의 더빙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초반 더빙의 세계를 체험한다고 할때 멤버들의 반응은 다들 '나 더빙해본 사람이야~' 라는 반응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들이 그 전의 더빙에 대해서 마음가짐이 가벼웠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아마 나름대로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더빙을 했을것이다. 그도 그럴게 그들역시 한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기까지 오랫동안 전문적인 노력을 해 왔던 사람들이고, 그러한 까닭에 다른 분야의 전문가를 깔보는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아닐것이기 때문이다.

그 리고 그 사실을 곧 전문 성우들의 더빙 현장을 체험하며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그들의 더빙분야는 주로 애니메이션으로 어느정도 캐릭터성을 강조하면 넘어갈법한 부분이 영화더빙으로 들어오며 배우들이 연기한 감성에 헤치지말아야야 하는 전문적인 부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반의 장난스러운 분위기는 사라지고 더빙이란 작업에 대한 진지한 분위기가 형성이 된다.


거 기에 이번 더빙 특집에서 좋았던 부분은 성우가 그냥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멤버들의 목소리톤, 연기등을 오디션을 통해 검증하고, 전문 성우, 디렉터등의 종합적인 평가 아래 배역을 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더빙을 위한 우리말 번역 및 대본작업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는 아니더라도 잠깐이라도 다뤄준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더빙이, 성우들이 남이 해놓은 연기를 말만 옮겨주며 흉내내는 것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전문성이 모이는 협업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노력한 점이 좋았다.


무한도전의 타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존중은 기타 프로그램에서 충분히 본받을만한 것이었다.



2. 그리고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주요 배역을 담당한 비긴어게인 더빙이 어제 방송되었다.

솔직한 감상으로 말하자면, 노력은 했지만, 항상 생각해왔던, '전문가가 왜 전문가인가' 라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했을 뿐이다.


주 인공 댄역을 맡은 하하는 본편에서도 1대1 멘토인 안지환 성우의 톤을 많이 따라간다는 느낌이었는데, 더빙을 듣다보니 그런면이 보였다. 그리고 비전문가이다보니, 감정이 필요한 연기에서는 평이하다 못해 밋밋한 느낌도 받았다. 무엇보다, 여주인공인 그레타역의 박선영님과 자주 붙다보니, 발음, 발성, 억양, 연기면에서 모든게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어려운 역을 맡아 무난한 소화를 했지만, 확실히 전문가의 영역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비교대상이 된 것이다.


개인적인 호불호로 비전문인의 더빙을 즐기지 않는다고 앞서 적기도 했고, 짤막한 감상으로 더빙의 완성도에 대한 소감은 다 밝혔으니, 다른 얘기를 해보고 싶다.



3. 이번 무한도전 이벤트를 보며 SNS를 살펴보면 더빙의 찬반에 대한 의견이 많다.

더빙 옹호파인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더빙은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니다. 더빙은 권리의 문제이다.


우 선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각 방송사는 수익이 아닌 사회적 약자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방송이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때문에, 다양한 시청층이 있다. 고령자 및 어린이, 시각장애인들은 자막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고, 자막의 문해력이 떨어질수 있다. 여기에 시각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 역시 방송시청의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막 방송만을 고집할 경우, 그들의 시청권리가 박탈당하는 문제가 있다.


사 회적 약자층만이 아닌, 일반 시청자로서도 더빙영화는 자막으로 분산되는 주의력을 영화에 더 집중할수가 있다. 빠르게 오가는 대화의 경우, 그 언어를 잘 이해하지 않는 이상 자막에 의존할수밖에 없는데, 그 경우 배우들의 연기나 화면의 연출보다 자막을 따라잡는데 급급하여 영화 이해의 몰입도가 방해받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분명 존재한다. 또 자막은 화면 하단에 배치됨에 따라 글자수의 제약을 받기때문에, 문장의 생략이 생길수밖에 없는 한계도 가지고 있다.


그 리고 더빙을 위한 번역은 우리말에 대한 이해도가 꽤 높아야 하는 고급번역에 속한다. 최근들어 문제가 많이 되고 있는 극장영화의 오역과 오타 문제만 하더라도, 의외로 우리나라 자막영화의 번역 수준이 복불복에 가까운게 현실이다. 더빙은 모국어의 표현력의 풍부함을 발달시킬수 있고, 자국의 정서에 맞게 된 번역은 영화의 이해력을 훨씬 높여준다.


수 신료를 받아 운영을 하는 공영방송을 비롯한 각 방송사가 더빙을 외면하는 것은, 방송이 가지는 사회적 의무를 저버리고 그저 비용과 수익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방송은 사회적 약자층을 최우선으로 배려해야 한다.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선택권이 있다.(굿다운로더와 같은 웹다운 서비스, IPTV영화 상영, 음성다중방송 등)


이번 무한도전의 더빙 이벤트를 통해서 각 방송사가 자신의 의무에 얼마나 충실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4. 여전히 의견은 반반인 상태이다. 게다가 이 문제를 두고 밥그릇 싸움이라는 논란까지 붙는 상태에서, 한 예능프로의 1회성 이벤트가 당장 더빙에 대한 인식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미 방송 3사에서는 외화더빙 프로그램을 폐지했으며, 그나마 KBS정도만이 외국 드라마의 더빙 방송으로 겨우 명줄을 부지하는 중이다.


다 만 이번 이벤트가, 방송을 특정계층의 호불호 문제로만 생각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는 되었으면 한다. 방송은 다양한 사회계층을 아우르는 공공의 자산임을 알아줬으면 한다. 선택권이 있는자가 선택권이 없는 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뱀발 1

이 이벤트가, 비용 운운하며 10년도 넘게 공채 성우를 뽑지 않고, 외화더빙 폐지에 앞장선 MBC에서 나왔다는게 아이러니...( '')


뱀발 2

여전히 더빙은 그 특유의 억양이 싫어서 싫다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최근의 더빙을 들어본적이 있나요? 최근 KBS의 더빙은 일상 어투와 억양을 중시하는 더빙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 래도 싫으시다면, 안보시면 되요.. 선택권이 있는 여러분은 그 선택권을 충분히 활용하면 됩니다. 타인의 시청권 및 선택권을 박탈하지 않고도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중파에서 방송하는 자막 영화가 보고싶다면, 방송사에게 방송 송출 선택권에 대한 주장을 하면 됩니다. 대부분 브라운관 티비를 가졌던 90년대에도 했던 음성다중 방송을 왜 스마트 티비가 보급되는 현재에는 (기본으로)하지 않는지 나로선 이해가 안가요. 이건 그냥 시청자들 싸움 붙여놓고, 자기들은 발 빼겠다는 방송사의 놀부심보라고밖에 생각 안됨.


뱀발 3

영선님의 잘생긴 목소리와 외모는 덕후건 일반인이건 가리지 않는구나..( ..)

역시 지브리의 (대머리)왕자님!!!! ( '')a

(그때 그 부부싸움 영상이나 보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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