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름이면 늘 생각나는 그룹 쿨의 무대로 2부가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유리를 대신해 쥬얼리의 예원이 그림을 만들어주었고, 유리의 그 독특함을 대신할수는 없지만 지금껏 쿨과 함께 무대를 꾸민 여 아이돌 중 가장 앙칼졌다. 방송용 보정을 받은 덕인지 목소리도 묻히는 감이 없었고..(서울콘에서는 밴드에 목소리가 묻히더라..)


쿨 이라는 그룹 자체가 90년대 방송사의 립싱크 규제에 맞춰 메인보컬 이재훈의 라이브 실력으로 주목받은 그룹인 덕인지, 세월탓에 지난주에 이어 음을 깔고 부르는 다른 팀과 다르게 생라이브를 하며 다시한번 본인들의 위상을 확인시켜줬다. 혹자는 쿨의 댄스는 격렬하지 않다고도 하지만, 보통 남성보컬보다 높은 키, 쉴새없이 방방 뛰면서 음정하나 흐트러트리지 않고 생라이브를 하기란 말만큼 쉽지는 않다. 특히나 조증 왔을때 이재훈의 댄스는 '저렇게 움직이고도 라이브가 가능하다니.. 사람이 맞는것이냐?' 할만한 수준이기도 하고.. 요즘 아이돌 중 그렇게 하나도 깔지 않고 생으로 노래 지분 90%에 가깝게 부를수 있는 가수가 얼마나 될까?


쿨 내에서 이재훈이 차지하는 존재감이 거의 대부분이라 활동 당시에 김성수나 유리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워낙 그 두사람의 라이브가...;;;; 게다가 라이브 초반에는 이재훈만 라이브를 하는 경우도 많았어서.. 점차적으로 유리도 안정을 찾아가긴 했지만,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고 생각해본적 없었는데, 2010년대에 들어 다른 아이돌 가수들과 콜라보를 하는 쿨의 무대를 보고 있자니, 유리가 없는 쿨은 정말 팥소빠진 진빵, 치즈빠진 피자와 같더라.. 토토가에서 예원이 아무리 잘 메워줬다고 해도 대체불가한 그 앙칼진 목소리는 다시금 쿨의 완전체를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2. 이번 방송을 통해 본명을 찾은 김경희씨(풋..) 여자들의 She's Gone 이라는 자막에 그저 데굴데굴 구르며 웃을수밖에 없었다. 학창시절 노래방에서 그녀의 노래들을 불러보지 않은 여자들이 없을테니.. 적절한 추억 자극 자막으로 인해 아련함과 동시에 지난주 김현정과 더불어 여전히 녹슬지 않는 가창력에 그저 넋을 놓고 지켜볼 뿐...

요즘은 왜 이런 디바들이 없나 몰라...



3. 지누션은 힙합이라는 장르를 즐기지 않아 말해줘 외에는 잘 모르는데, 왜 나는 같이 따라 부르고 있는걸까?

예 전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하던 랩을 버벅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몇구절 기억하고 따라부르는 나를 보며 새삼 90년대 가요계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10위권 차트 뿐만 아니라 30위권 차트 진입 노래 대부분이 거리에서 흘러나오고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 부르고 부르진 못하더라도 들어는 봤었던 그 노래들 말이다.(분명 나는 이무렵 넥스트와 신해철과 환옹에 빠져있었을 시기인데...)



4. 조성모의 데뷔는 충격적이었다. 그 전에 얼굴없는 가수란게 전혀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편견(음악적 재능은 있으나, 외모가 방송용으로 적당(?)하지 않는 안타까운 천재)으로 다들 데뷔무대를 한다하니 응원해주자란 마인드였는데, 웬 수줍수줍한 미청년이 나와서 미성으로 투헤븐을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의 충격이란.. '대체 왜 얼굴없는 가수를 한거지?' 부터, '아냐, 실제로 부른 사람은 따로 있고 활동용 가수일거야' 란 말도 있었더랬다.


미 성으로 뽑아내는 아름다운 노래와, 영화와 같았던 뮤직비디오, 귀여운 외모와 더불어 90년대말 2000년대 초반 한국발라더의 명맥을 이어갔었던 그가... 히든싱어때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소속사의 혹사로 인해 예전의 목소리를 잃은채 부르는 투헤븐은 어딘가 안타까웠다. 모두가 90년대로 돌아가 현재처럼 축제를 벌이는 와중에 전설의 안타까운 뒷모습을 본듯해 씁슬했다. 터보도 그렇고 왜 같은 사람을.. 재능있는 예인의 덕으로 본인들도 먹고 살면서 왜그렇게 사람답지 못하게 취급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나는 그 시절의 소속사들..


다시금 주목을 받는 지금 재기에 성공해서 안타까운 시선이 아닌 함께 웃으며 볼수 있는 무대가 빨리 오길 기대한다.



5. 이정현은 가수보다는 연기자로 접해 그녀가 처음 가수로서의 무대를 선보일때의 충격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녀가 활동할 무렵부터 슬슬 나는 순위권 프로그램을 시청할만한 상황에서 멀어지고 있었고, 당시로서는 기발한 컨셉과 분장이 독특하긴 했으나, 딱히 가창력이 좋다고 할만한 무대는 아니었기에 더 관심이 없기도 했다. 그러나 언뜻언뜻 봤었던 그녀의 무대들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오자 지금처럼 인터넷과 유투브가 발달했다면 이정현이 '한국의 레이디 가가' 라고 비교당하는게 아니라 레이디 가가가 '미국의 이정현' 으로 비교당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무대에 공을 들이는 또 다른 공연 장인이었다.



6. 엄정화는....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어린시절 그녀의 눈동자를 들었을때, 무엇때문인지 몰라도 괜히 그 노래를 들으면 부끄럽고 부모님의 눈치를 살피게 되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하늘만이 허락한 사랑에서는 너무도 애절하게 부르는 그녀의 모습에 눈물 글썽였지만, 가사를 뜯어보면 이런 막장커플!! 하며 욕하기에 충분했었고, 배반의 장미에서 사랑을 가지고 농락한 그놈을 향해 '너 어디 한번 두고보렴.. 언젠가 네놈도 분명 후회하는 날이 오고 말거야' 라는 당찬 메세지에 '어머 언니 멋져!!' 를 외쳤더랬다.


그 렇게 군통령을 넘어서서 대한민국 남성 여성 할것없이 섹시 디바의 자리를 굳혀가던 그녀가 초대를 발표해을때의 충격은.. 무어라 말할수가 없었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화면밖으로 흘러넘치던 그 고혹적인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그저 민소매 차이나 드레스에 부채하나만 쥐었을뿐인데, 왜 그렇게 아슬아슬하고 유혹적인지..


작 년이었나.. 불후의 명곡 엄정화편에서 아이비가 초대를 불렀을때 '초대만큼은 그 누구도 나를 따라올자가 없다. 그런데 아이비에게 물려줘야 할 것 같다' 란 말을 엄정화가 했는데,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한 말임을 어제의 무대로 다시 확인했다. 대체 대한민국에서 누가 그녀보다 더 고혹적이게 초대를 부를수 있단 말인가...


최근 섹시컨셉을 남발하는 아이돌들에게 어제 그녀의 무대는 딱 한마디로 정리가 되었다.

"얘들아.. 벗는다고 다 섹시가 아니란다.."



7. 끝판왕 김건모 등장!!

그 가 활동하던 당시에 장르도 다르면서 신승훈과 라이벌 구도가 많이 있었는데... 김건모의 노래는 좋았지만, 김건모 자체는 좋아하지 않아 열심히 신승훈을 응원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 전국민적인 인기와 노래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정말 끝판왕다운 마지막 무대를 선사했다. 잘못된 만남을 떼창으로 부르는 관객들을 보며 이 쇼의 절정을 느꼈다.


아쉽다면 무도가 예능인 탓인지, 온전히 노래에 집중할만 하면 맥을 끊는 예능적인 연출과 현장의 열기를 반감시키는 보정...

유스케에서 청춘나이트 당시 엔딩무대였던 김건모의 무대에 비교가 됐다. 유스케에서의 잘못된 만남 떼창은 정말 소름이 끼쳤는데..

음악프로와 예능프로의 차이가 이런건가.. 싶기도...




그래서... 무대가 잘리지 않은 무삭제 블루레이 dvd 좀 내놔봐 마봉춘아.....

돈 벌려고 유투브 자르고 네이놈으로 옮긴것 아니니? 그럼 돈 벌이 좀 제대로 해봐... 720p라는데 360p 화질을 보는듯한 깍두기 화면 선사하지 말고.. 블루레이로 정식 발매좀 해보라고.. 사줄게.. 사준다고.. 사준다니까??!!!!!!!!!!!!



정말 클래스는 영원하다!!!!

오랜만에 제대로 응답했다!! 나의 90년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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