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조선 사대부들의 문집에서 부인과 사별하고 그 슬픔을 표한 제문들만을 모아 엮은 책이다.
총 49편의 제문이 수록되어, 아내 잃은 남편의 마음을 담고있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본다면 썩 재밌다거나 하는 내용은 아니다.
'제문' 이기에 일정한 격식에 맞춰진 글이 49편이나 계속되어, 현대인의 눈으로 본다면, 그리고 평소 이런 것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따분하기 그지 없을 것이다. 얼굴도 모른채 부모의 권유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고는 하나, 살아온 세월이 있을진대 좀더 솔직하게 슬퍼해도 좋으련만, 반평생의 짝을 잃고도 그 슬픔조차 격식에 맞춰야 하는 선비들을 안타까워 해야 하는건지, 제각각의 남편들과 살아온 각자의 부인들의 인생이 한 명의 부인인 듯 똑같이 묘사되는 49명의 선비의 아내들의 삶을 안타까워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읽으면서 올해 드라마 최강칠우에 나왔던 열녀문에 대한 칠우모와 조모의 대사가 생각이 났을까...


'모월모시 아무개의 부인 누가 죽어 제수를 마련하고 그 남편이 글을 지어 올린다' 로 시작하는 글은 49편이 하나같이 똑같은 부인을 묘사한다. 시집을 와 부모를 잘 모셨으며, 아이들과 부리는 이에겐 자애로왔으며, 동기간에 우애있고, 어려운일을 논하는 규중의 친구였던 아내로... 그리고는 이어 죽음을 안타까워하는데, 곶간 열쇠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당연히 몰라야 하는 조선 선비들의 막막함과 한탄스러움이 잘 나타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실소가 나오는 것도 어쩔수 없다. 물론 이게 조선시대에는 당연한 삶이었겠지만은 부인들이 따로 마음만 먹었다하면, 남편 모르게 주머니 차는건 일도 아니었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웃음이 나올밖에..
당신이 죽어, 이제 우리집안은 어찌하며, 살림은 어찌챙기고, 아이들은 어찌 돌봐야 하냐고 탄식하는 조선 선비의 제문을 읽고 있자면, 슬픈 와중에도 산 사람은 앞으로 살 일을 걱정할수밖에 없는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섭리와 함께, 조선의 불평등한 남녀관계에서 엉뚱하게 확인되는 조선 여인들의 가내위치를 볼수 있었다.
하긴, 그렇게 숨통을 틀어쥐었는데, 그러한 권한마저 주지 않았다면 조선 500년동안 어찌 살아냈겠는가.........


그래도 조선 여인네들의 삶은 고단하고, 서러워서 다시는 그러한 잔인한 인생사가 한국 여성들에게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도 읽어보면 꽤 재밌다. '당신 죽어 이제 나는 어쩌고, 애들은 어쩌고, 부모님은 또 어쩌란 말이오..' 라며 구구절절하게 읊는 제문을 보면, 중매로 만나 불같은 사랑은 없어도 3~40년을 사는 그 은근한 정이란 결코 무시할수 없구나 하는 걸 느낄수 있다. 게다가 나름대로 배운이들 답게 아내에 대한 존중이 남달라 아내를 조금 함부로 대한이도 있지만 생전에서부터 부인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는 글들이 많다. 또한 '시집가면 땡' 이라고 요즘사람들이 어설피 알고 있는 조선 여인들의 삶도 다시 보여준다. 친정 부모가 아프거나 친정에 화가 있거나 하면 너무도 당연하게 친정에 가 부모를 모시고, 친정일을 거드는 조선 여인들의 모습을 제문에서 살펴볼수 있으며, 이에 대해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는 남편들의 모습을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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