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녀 2015. 9. 18. 12:54


사도 (2015)

The Throne 
8
감독
이준익
출연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전혜진, 김해숙
정보
시대극 | 한국 | 125 분 | 2015-09-16


오랜만의 영화관 나들이.

기대하고 있던 사도.


1. 고증은 잘 된편이다. 그러나 워낙 고증이 잘됐다는 얘기들이 많아서 기대감이 높았나보다. 잘된 고증이지만 내 기대만큼은 아니었던게 아쉽다. 의상이나 미술도 썩 좋은편은 아니다. 고증이 되다 만듯한 첩지나 의상들이 고아한 왕가의 일상과 거리가 멀었으며, 영화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편도 아니다. 일단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감독이 말하고자 한게 무엇인지를 내가 이해 못하겠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배우 캐스팅들이 어울려 의외로 빠짐없이 본 예가 많았는데, 감독의 영화중 가장 연출과 이야기의 흐름이 별로였다. 누군가는 수묵적인 느낌이 든다고 하지만, 사건의 전개를 알고 있어 그런가, 그냥 기록의 사실을 아무 생각없이 그것도 흐름의 연결도 없이 뚝뚝 끊어 나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2. 감독의 인터뷰에서 하도 '부자관계' 와 '기록의 고증' 을 강조하기에 성격적으로 서로 맞지않는 두 부자가 하필 왕가에서 태어난게 비극이라는 이야기가 나올줄 알았다. 그러자면 사도세자의 광증 역시 기대감과 압박감, 부모에게 자애 받지 못하는 울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표현할줄 알았는데....

그 흐름이 매끄럽지가 않다. -_-a


영조의 괴팍하고 컴플렉스 덩어리인 성격은 잘 나타난다. 그러나 그에 반응하는 사도의 모습은 미적지근 하다.

아 버지가 애를 잡는건 아주 잘 보이는데, 아이는 자기 본성을 죽이고 아버지의 사랑 한번 받아보겠다고 전전긍긍 애쓰는 모습이 잘 보이지지가 않는단 말이다. 그나마 대리청정 시기에 잘해보려고, 잘 보이려 했던 행동들이 면박을 받자 비뚤어지는 모습으로 표현하는데, 실은 어린시절부터 그 모습을 좀더 쌓아왔어야 했다.


그러다보니 내게는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하고 다니는 영화의 주제가 확 와닿지가 않는다. 이렇게 물에 술탄듯, 술에 물탄듯 애매한 상태의 영화는 그동안 내가 보아온 그의 영화들 중 유일하달까...


영화를 본 이들 중 지루하다는 평을 받는 에필로그가 살려고 했다면, 주제가 좀더 명확해야 했다. 두 부자는 결코 섞일수 없는 사이이며, 사도는 아비의 사랑을 정말 몹시도 갈구하다 미쳐버린 광인이 되어야 했다.

물 론 영조와 사도세자의 일을 그저 부자간의 성격적 갈등으로만 보기엔 단순하지가 않다. 두사람의 위치에 따른 권력구도의 모습도 보지 않을수 없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연구서들이 말을 해주니 그걸 읽어보면 될것이고, 영화가 2시간의 제약안에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감독의 생각은 확실했어야지.. 싶다.



3. 개인적으로 죽기전 영조와 사도세자간의 심적대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조의 '그렇게 기록될 것이다' 가 아니라 '실제로 그래서 죽은 것'이 맞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본 사람들만 이해하도록 적었다)

그리고 이 대화가 살려면 사도의 처절한 부성애에 대한 갈구가 보여야 하는데, 앞서 말했듯 사건이 있기전까지 사도의 그런 모습이 보이지가 않는다. 상대적으로 괴팍하지만 그래도 아들을 사랑하는 영조의 모습은 보여서 더욱 아쉬웠다.



4. 그래도 흥행하면 이덕일씨의 궤변은 잠재울 수 있을듯 하다.



뱀발 1. 혜경궁과 세손은 세자가 서인이 되어 갖히던 날 밤 사가로 내려간다.


뱀발 2. 영화에서는 마치 혜경궁이 세자에가 정이 없어 그저 아들만 싸고 수수방관한듯이 그리고 있는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 신병이 있어 폭력을 일삼는 남편이 이쁘지야 않겠지만, 한중록의 기록 역시 고증으로 삼았다면 혜경궁의 태도가 그와 같을수는 없었을텐데.. 워낙 비중이 없기도 하지만 에필로그에서야 혜경궁의 남편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볼수 있었다. 사실 난 그 얼마안되는 분량에도 혜경궁의 남편에 대한 연민을 보였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특히 영화내 경화문과 세손의 휘항 에피소드는 한중록에도 나오는 것으로 그렇게 매정하고 모진 부부간의 이야기가 아닌데, 그렇게 그리더라.. 그걸 보는순간 이제 제발 혜경궁 좀 그만 괴롭혀!! 싶어 짜증이 났다.


뱀 발 3. 유아인의 연기는 보통은 했다고 생각한다. 남들처럼 극찬까지는 아님. 그나마 이 영화에선 특유의 떨림 목소리가 덜해서 괜찮게 느껴졌다. 중간중간 극장 음향탓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게 송강호의 대사는 모두 들리는데, 유아인의 대사가 안들려서 '응? 뭐라한겨?' 싶었던 부분들이 있었음.


뱀발 4. 그래도 블루레이 나오면 지를거얌. 강호 아재가 나오잖아!!! ㅠ_ㅠ




구시렁 거리는 뱀발..

평 일 조조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산하게 10여명 정도의 관객들과 관람했는데, 내 앞줄 맞은편에 앉은 커플은 영화 보는 내내 시끄럽더라.. 특히 남자가 옆의 여자에게 뭐라뭐라 계속 설명하는데 아주 짜증이나 미치겠더라.. 그러려면 너네집 안방에서 보세요!!!

영 화 시작해서 제작사 로고 뜰 무렵에 들어온 어떤 여자는 들어오는 순간부터 라디오를 키고 들어왔다. 그게 영화 초입에 내내 계속 들리더니, ost 소리나 영화의 음향이 커지는 순간에는 묻히다가, 다시 잔잔한 순간에 계속 영화내에서 결코 들릴수 없는 음향이 들렸다.

아니, 영조가 비지엠도 없이 독백하는데, 그 뒤로 아나운서 같은 여자의 음성이 들리는게 정상이냐고!!!!!!!!


영 화를 보며 여러종류의 소위 관크를 당해보긴 했지만, 그래도 영화에 집중(?)은 할수가 있는데, 어제처럼 영화 집중은 커녕 그들에게만 집중이 되기는 또 처음이었다. 그렇게들 사시니 좋습니까? 댁이 내돈 내시간 들여 문화생활 하러 왔듯, 남들도 자기돈 자기 시간 들여 문화생활 하러 온겁니다. 서로서로 예의는 지켜야죠.. 그러려면 너네 집에서 보라니까??!!!!!!